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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투자 엑소더스...164억불 사상 최대

국내 생산능력도 첫 감소

"생산기반 무너지나" 우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고 생산의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지난 2007년 200억달러를 돌파한 뒤 2013~2015년 300억달러 수준에 머물렀다가 이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해외직접투자액은 11.6% 증가한 497억8,000달러로 400억달러를 넘어선 지 1년 만에 500억달러에 육박했다.

그중에서도 제조업 투자액은 163억7,000만달러로 전체의 3분의1을 차지했다. 1980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약 4조원에, LG전자가 오스트리아 전장기업 ZKW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대규모 M&A가 활발하게 이뤄진 결과다. 디스플레이·배터리·반도체 등 주력산업 제조업체들이 중국·베트남 등지에 생산공장을 늘린 것도 주요 원인이다. 실제 중국(47억7,000만달러)과 베트남(31억6,000만달러)에 대한 투자액은 1년 전보다 각각 48.9%, 60.3% 증가해 국가별 투자액 가운데 1·2위였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늘리면서 국내투자는 줄이는 추세에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설비투자는 1.6% 감소해 2009년(-7.7%)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M&A형 해외투자 증가가 국내 고용·투자·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내 제조업과 보완관계를 가진 수직적 투자 비중이 줄고 M&A형 투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고용 및 투자, 수출과의 긍정적 관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생산설비는 줄이고 해외로 떠나는 제조업체가 늘어나면서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 생산능력이 1971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감소(-0.2%)한 것이 단적인 증거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기업이 정상적인 조업환경일 때 국내에서 최대로 생산할 수 있는 양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감소하면 국내 공장을 증설하는 대신 해외 공장을 늘리는 곳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해외직접투자 증가는 기업들이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의 사업기회를 더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라며 “국내 투자는 상반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활성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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