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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별식을 꿈꾸며 헌신을 굽는다…셰프 삶의 첫번째 오더 '인내'

■'1% 셰프' 향한 '20년의 레시피'

☞'미쉐린 스타' 박민재 셰프가 말하는 셰프의 세계

"음식에 감동 담는게 우리 역할

완벽함 위해 끝없이 노력하죠"







‘요리사(chef)’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를 뜻하는 이른바 ‘셰프테이너’ 전성시대가 도래하면서 TV만 틀면 언제라도 셰프를 만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TV 밖에서 실제로 이들의 맨얼굴을 마주할 기회는 흔치 않은 게 사실이다. 고객들이 식사를 마친 뒤에야 비로소 주방 속 외로운 공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게 셰프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수많은 셰프 중에서도 상위 1%에 속한다는 일명 ‘미쉐린 셰프’의 입을 통해 그들의 치열한 세계를 들여다봤다.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 ‘보트르메종’에서 만난 박민재(54·사진) 오너 셰프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소 10년을 묵묵히 참고 인내해야만 ‘1% 셰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면서 “셰프는 겉보기에만 화려할 뿐 실제로는 수많은 희생과 헌신이 요구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도 프렌치·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곳곳에 문을 열고 있지만 유명 식당조차 폐업할 정도로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은 까다롭다”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에 타협하지 않는 것은 물론 10여년에 걸쳐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으며 본업에 정진할 때 진정한 셰프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셰프계의 스타’를 가리는 척도로 여겨지는 ‘미쉐린가이드’에 등재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그가 있는 보트르메종의 경우 지난 2017년 처음으로 ‘미쉐린 1스타’를 획득했다. 박 셰프가 프랑스 유학을 떠난 1999년부터 계산해보면 자그마치 20여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 ‘파인다이닝(fine dining)’ 업계에서 셰프의 길을 고집하기도 쉽지 않았다. 2016년 기준 국내 외식산업에서 파인다이닝이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박 셰프는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파인다이닝은 특정 소수만 진입할 수 있는 세계였던 만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예전보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한때 바닥까지 내려갔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아무나 셰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그가 몸담고 있는 프렌치 파인다이닝 시장 규모는 더욱 작다. 실제로 ‘미쉐린가이드 서울 2019’에 등재된 레스토랑 26곳 가운데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다이닝은 단 3곳뿐이다. 그만큼 프랑스 정찬요리를 즐기는 수요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남들에게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 셰프의 일상은 한결같이 고되다. 박 셰프는 매일 오전6시30분에 일어나 ‘108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체력관리를 위해 이어온 습관이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그가 마음껏 쉴 수 있는 시간은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 휴일뿐이다. 박 셰프는 “월요일에는 오전11시까지 밀린 잠을 잔 뒤 가끔 서점에 들러 다양한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갈수록 고급화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시즌마다 새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도 필수다. 그는 여름철 휴가 시즌에 프랑스에서 2주간 머물며 다양한 현지 음식을 맛보고 최근 미식 트렌드를 파악한다.

‘셰프테이너 시대’ 실생활은 화려함보다 고단



새벽 6시에 일어나 108배…체력 관리는 기본

휴일·휴가땐 고급화되는 미식 트렌드 조사

플레이트 완성하는 매순간 신경 곤두세워

음식에 영향, 흡연하는 직원과는 일도 안해

팍팍한 물가 속에 높아진 고객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고객들에게 맛있는 메뉴로 감동을 전달하고 싶지만 높은 물가 탓에 가격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행한 ‘프리미엄 외식시장 조사보고’에 따르면 파인다이닝의 객단가는 점심의 경우 평균 4만7,104원, 저녁은 8만4,855원에 형성돼 있다. 보트르메종의 경우 저녁 코스가 15만원인데 여기에 와인까지 주문하면 한 명당 지불해야 할 가격이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넉넉잡아 3시간가량 걸리는 식사시간 동안 고객들에게 털끝만큼의 실망감을 안기지 않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그는 “고객들에게 마치 ‘쇼크’와 같은 감동을 전달하는 게 셰프의 역할”이라면서 “만만치 않은 가격과 시간을 투자해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야 또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또 누군가를 데리고 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완벽한 한 끼를 만들기 위해 셰프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박 셰프는 담배 피우는 직원은 자신의 레스토랑에 고용하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그가 흡연을 하는 직원과 함께 일하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여 결국 음식에 해를 끼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함께 근무하는 직원과의 호흡도 중시한다. 그는 “나와 에너지가 맞지 않는 친구들과 일하면 편안해야 하는 주방환경에 스트레스가 축적돼 음식의 향이나 질감 등에 악영향을 준다”며 “고객들이 아무 생각 없이 맛있는 음식에 집중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음식이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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