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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욱 CJ그룹 부회장 별세...청년·샐러리맨에 성공신화 남긴 'CJ 버팀목'

CJ, 전문 경영인으로 첫 영입

총수공백 위기에 경영능력 발휘

"나는 행운아...앞만보고 달린 세대

젊은이들 용기·꿈 갖고 도전하길"

이채욱 CJ그룹 부회장이 지난 2015년 CJ그룹 문화 사업 20주년 세미나에서 그룹의 문화 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CJ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던 이채욱(사진) CJ(001040)그룹 부회장이 향년 74세로 지난 10일 별세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삼성과 CJ 등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까지 오른 그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전문경영인이자 수많은 샐러리맨과 젊은 세대에게 ‘성공신화’의 희망을 안긴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이 부회장은 1946년 경북 상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5남2녀 중 장남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공부에 매진해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서 영남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2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한 그는 삼성물산 해외사업본부장을 거쳐 1989년 삼성 GE의료기기 대표를 맡아 CEO로 데뷔했다. 이후 제너럴일렉트릭(GE)코리아 회장과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내는 등 샐러리맨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성공하는 입지전적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특히 파올로 프레스코 GE 부회장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직접 편지를 썼던 이야기는 유명하다. 인천공항 사장 시절에는 연간 200회가 넘는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인천공항을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키워냈다. 또 한국인 최초로 유엔 자문기구인 국제공항협의회(ACI)의 세계총회 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13년 4월 CJ대한통운(000120)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CJ그룹에 합류했다. CJ그룹이 전문경영인을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었다. 그는 2013년 10월부터 CJ주식회사 대표이사를 맡아 총수 공백 상태에서도 그룹 경영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러던 중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 건강 문제로 퇴진 의사를 밝힌 뒤 정기 주주총회 때 등기이사직에서 명예롭게 물러났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저는 진짜 행운아였고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라며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기업이 잘돼야 좋은 것 아니겠느냐”며 기업활동에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젊은이들이 용기와 꿈을 갖고 도전하기를 바란다”며 후배 세대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남겼다.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 후 치료와 요양을 지속해왔지만 최근 들어 지병이었던 폐질환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1일 그룹 경영진과 함께 이 부회장의 빈소를 찾아가 유가족을 위로한 뒤 “글로벌 마인드와 추진력을 겸비한 경영자이자 남다른 열정과 긍정의 마인드로 조직원의 마음까지 움직인 리더”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 회장은 이어 “오랫동안 뵙고 싶은 훌륭한 분인데 너무 안타깝다”며 “가시는 길 마지막까지 그룹 차원에서 잘 도와드리라”고 당부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김연주씨와 딸 승윤(마이크로소프트 부장)·승민(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승은(GE헬스케어재팬 LCS 본부장)씨와 사위 진동희(블랙록 이사)·최성수(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박영식(PWC컨설팅 근무)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3일이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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