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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韓정부 '신성장동력 발굴' 특명 받고 K뷰티 개척 나섰죠"

■브라이언 오 '벤스킨케어' 대표

실리콘밸리서 로펌 변호사 활동중

정부가 해외 한인천재 불러 자문 요청

두달간 韓서 전국 스타트업 방문

관심 많았던 뷰티 사업 직접 론칭

세계는 지금 클린화장품·올인원 대세

할리우드 스타들 "효과 좋아" 입소문

美백화점 온라인·英유통점 진출에

2년만에 글로벌 뷰티기업 러브콜도

# 지난 2016년 8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한인 천재들이 한국에 모였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옛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요청으로 정부과천청사 내 한 회의실에 모인 이들은 ‘한국의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특명을 띠고 다시 흩어졌다.

브라이언 오(오진우·36) 벤스킨케어 대표도 이 일을 계기로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디렉터로 일하게 됐다. 그는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유명한 사립고등학교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구글과 애플의 변호를 맡은 유명 스타트업 로펌 소속 변호사로 근무하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매니징 디렉터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었다. 8월 한국에 돌아 온 오 대표는 두 달간 국내에 머무르며 정부가 소개해준 스타트업을 만나러 전국을 누볐다. 이 중 30~40%가 뷰티 기업이었다. 평소 뷰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어느 날 한 기능성 화장품의 사업소개서를 보고 ‘하이엔드 K뷰티 화장품을 만들 수 있겠다’ 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론칭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 세계 글로벌 뷰티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벤스킨케어(VENN Skincare)’는 이렇게 탄생했다.

오진우 ‘벤 스킨케어’ 대표가 메인 제품인 ‘에이지 리버싱 올인원 컨센트레이트’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승현기자




◇천재변호사, 화장품 CEO 되기까지=‘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중의 엄친아’란 말은 오진우(브라이언 오) 벤스킨케어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받은 ‘수재 중의 수재’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명문 보딩 스쿨 카디건 마운틴 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뒤 명문 사립고 세인트 폴스 스쿨도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예일대에 진학해 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듀크대 로스쿨을 다녔다. 로스쿨 3년차때는 미국 연방 증권 거래 위원회에서 인턴을 했다. 국내 대표 로펌 김앤장에서 일한 뒤 2011년 뉴욕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화이트앤케이스(White & Case)’와 ‘에이킨 검프(Akin Gump)’ 로펌을 다니다 2015년부터 캘리포니아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의 바쁜 변호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화장품이었다.

“뉴욕에서 실리콘 밸리로 이사갈 때 들고간 화장품만 90여개 였습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살아남는 뉴욕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뷰티에 눈 뜬 그가 사용했던 화장품은 ‘라메르’ ‘시슬리’ 등 초고가 화장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이 사용하는 제품이 왜 달라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좋은 것이라면 여성용 화장품도 쓸 정도로 ‘화장품 마니아’였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그의 욕심대로 모든 화장품을 챙겨 바를 수는 없었다. 흡수시킬 시간이 없어서 스킨만 바르고 나가는 날이 허다했다. 한꺼번에 바를 수 있는 화장품을 찾았지만 백화점에 찾아가 상담을 받을 때마다 다른 제품을 추천해주는 탓에 기존 브랜드들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기 시작한 것.

‘엄친아’답게 스스로 화장품 성분을 공부하다가 깜짝 놀랐다. “유해한 성분을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너무 많았다”며 “전 세계는 점점 미니멀한 스킨케어가 대세인데 간편하고도 모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스킨케어가 왜 없을까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넘어가 스타트업들의 자문 변호사를 해주면서 글로벌 트렌드에 눈을 뜨게 됐다. “‘바이오테크’를 내세우는 스타트업이 많은 것을 보고 이 글로벌 트렌드에 제 관심사인 화장품을 결부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 정부의 연락을 받았고 ‘컴파운드 케이’라는 효능성이 입증된 원료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에게 화장품 회사 CEO는 정해진 운명 같은 것이었다.

◇전 세계는 지금 ‘클린뷰티·올인원’이 대세=정부의 요청으로 두 달간 화장품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서 그는 한국의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의 유명 전문가 집단을 모두 훑고 다녔다. 그러나 그들은 입을 모아 “한국에서 더 이상 신성장 동력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너희 나라의 신성장동력은 이미 대부분 다른 나라가 가져가고 딱 하나 남았는데 그게 바로 ‘K뷰티’다.” 그는 중국에서 만난 한 창업 액셀러레이터의 말에 품질력으로 승부를 보는 하이엔드 K뷰티를 개척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해외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모두 ‘한국은 대중적인 브랜드를 잘 만들지만 과연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느냐. 프랑스 시장을 뚫을 수 있겠느냐’고 비웃었죠. 에스티로더·로레알 등 해외 유명 화장품들의 레시피와 제조를 많은 부분 한국에서 연구해 만들어주고 있는데 한국은 왜 중국 시장만 겨냥해서 저가 매스(mass) 시장에만 머물러야 하는지 그게 불만이었습니다.”



브라이언 오 ‘벤 스킨케어’ 대표./오승현기자


오 대표는 “만나본 박사님들이 모두 20~30년 동안 유명 뷰티 기업들에 레시피를 제조해 넘겨준 분들인데 이런 지적 재산들이 한국에 남지 않았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벤스킨케어의 대표 제품들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을 제공한 기술자도 실제로 글로벌 다국적 기업 등에 수천 건의 화장품 레시피를 만들어 전달한 ‘실력자’다.

그는 화장품을 사용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경피독’을 꼽는다. 피부로 흡수되는 유해 성분인 경피독은 입으로 먹어서 흡수되는 것들과 달리 자연대사로 쉽게 해독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바르면 바를수록 해독되지 않고 쌓여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유발한다. 화장품 뷰티 에디터들은 사용을 피해야 할 20가지 성분을 정해 알리고 있다. 실제로 화장품 성분 분석 애플리케이션 ‘화해’ 에서 벤스킨케어 성분을 검색하면 20가지 유해 성분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순한 성분을 내세우는 ‘클린뷰티’는 이미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클린뷰티는 물론이고 이를 간편하게 바를 수 있는 ‘올인원’이 대세”라고 말했다 .

국내에서 올인원 제품에 대한 인식은 이것저것 바르기 귀찮은 남성들의 편리한 뷰티 생활을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드는 것이지 필수 제품은 아니다. 여성들의 경우 스킨·로션·크림·에센스·아이크림 등 적게는 3단계에서 많게는 7단계 이상까지 바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는 편리함 이상으로 올인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서로 다른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여러 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도박입니다. 해당 제품들에 들어가는 원료가 서로 충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각각의 원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포뮬러라면 충돌이 없습니다. 저희 올인원 제품은 주름 개선, 피부 탄력, 브라이트닝, 보습 등 여러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각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 최상급 원료를 썼습니다. 임상실험에서 각각의 성분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 시너지를 낸다는 것이 증명됐고요.”

◇할리우드 스타,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화장품=그는 ‘K뷰티’ ‘한국 화장품’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국내에서 기술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 ‘한국에서 만든 화장품’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합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후 K뷰티가 고꾸라진 상처도 있는데다 그렇게 하면 프랑스 등 해외의 유명 화장품을 절대로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거죠. 하지만 해외에서는 오히려 한국 화장품에 대한 환상과 품질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품질도 좋고 한국만의 고유 기술을 담은 제품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실제로 벤스킨케어는 화학 화장품에 질린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제일 먼저 찾았다. 2017년 11월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라라랜드’의 여배우 엠마 스톤, 마블 영화 ‘블랙팬서’의 주인공 채드윅 보즈먼이 벤스킨케어의 제품을 사용하여 글로벌 이슈가 됐다. 이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샘플 화장품을 제공했더니 효과가 너무 좋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자발적으로 이들에게 사용을 권한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벤스킨케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핫’하다. 미국에서는 3월 ‘니먼마커스’백화점 온라인뿐 아니라 오는 15일 뉴욕 맨해튼 허드슨야드에 오픈하는 니먼마커스 플래그십 스토어에도 입점한다. 5월에는 미국 유명한 편집숍 ‘어반아웃피터스’와 영국 프리미엄 뷰티 유통 업체 ‘컬트뷰티’에 들어간다. 이탈리아에서는 클린뷰티 유통 업체를 표방하는 ‘더뷰티홀릭스’에서 2월 중순 론칭했다. 더뷰티홀릭스 대표가 직접 연락해 입점을 권했을 정도다.

그는 “원가 비중이 높지만 가격이나 성분 등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다양한 라인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He is ...△1983년 서울 출생 △1994년 미국으로 유학 △1998년 카디건 마운틴 스쿨 수석 졸업 △2002년 세인트 폴스 스쿨 수석 졸업 △2006년 예일대 정치경제학 졸업 △2010년 듀크대 법대 졸업 △2011~2013년 로펌 ‘WHITE&CASE’ 변호사 △2015~2016년 로펌 FENWICK & WEST 변호사 △2016년 벤 스킨케어 창업·대표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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