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에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한 지역은 충청남도로 인구 10만명당 26.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어 전라북도(자살률 23.7명)와 충청북도(23.2명)가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한 3개의 도는 여전히 광역자살예방센터를 갖추고 있지 않다. 전국에 24개의 기초자살예방센터가 운영 중이지만 충남은 천안시 자살예방센터 1곳만 가동 중이고 전북도 남원시자살예방센터 1곳, 충북은 단 한 개의 시 단위 자살예방센터도 갖추고 있지 않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18자살예방백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자살 예방 사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부진한 자살 예방 사업으로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십수년간 불명예스러운 1위를 달리다 최근 우리보다 자살률이 높은 리투아니아의 OECD 가입으로 2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3위와는 큰 차이가 나는 2위다.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부 최초로 자살 예방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며 자살률 낮추기에 시동을 걸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자살 예방 예산은 2017년 99억원, 2018년 166억원, 2019년 218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OECD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절대규모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의 자살 예방 예산은 2012년 1,868억원에서 2017년 7,508억원으로 늘었다. 일본은 과감히 예산을 투입, 집중적으로 자살 예방 사업을 펼친 결과 최근 5년간 30% 이상의 자살률 감소를 보였다. 특히 일본은 자살 문제에 대해 단순히 정신보건의 관점을 넘어 과도한 빚, 실직 등 사회적 배경과 대처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들 분야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예산 투입이 필요한 사업들이다.
자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도 우리나라 자살 예방 예산은 너무 적은 수준이다. 2016년 국회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의 자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6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양두석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는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이 30명이 넘고 자살 시도자만도 700명을 웃도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돈만 쏟아붓고 아무런 효과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최소 3,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야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도 우리 정부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200억원대에서 자살 예방 예산이 멈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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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영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목적을 위한 정부예산 투입에 있어 성과를 보려면 일정 수준의 임계점을 넘는 예산 투입이 있어야 한다”며 “현 자살 예방 예산은 이 임계점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방정부의 자살 예방 예산과 비교해도 중앙정부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자살예방법(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은 자살예방센터 설치에 대해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지방 자살예방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만 규정한 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예산 매칭 비율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올해 경기도 자살예방센터 예산이 99억8,700만원에 달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 중 6억7,000만원을 지원하고 경기도가 45억여원, 시군이 48억여원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역시 서울자살예방센터 운영 예산으로 19억원을 책정하고 25개 자치구에 1억원꼴로 지원할 예정이지만 보건복지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위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경우 국비와 시도비가 1대1로 예산이 매칭되도록 법에 규정된 것과 비교하면 법 자체에서도 자살 예방 예산에 구멍이 뚫린 상태다.
이에 따라 원혜영 의원 등은 이달 6일 지방 자살예방센터를 시도에 각각 1개소 이상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예산을 보조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담은 ‘자살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원영 중앙대 예방의학 교수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에서 “현재 자살 예방을 위한 예산은 주로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관리사업 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현재 사업 내용으로는 자살률을 줄이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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