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 중인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재벌이 관료·정치인을 포획했다” “재벌 2·3세는 수익 창출보다 기득권 유지만 몰두한다”는 식이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쌓아올린 브랜드 파워를 정작 우리나라 장관이 해외에 나가서 다 까먹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리는 제23차 국제 경쟁정책 워크숍에서 기조강연을 할 예정이다. 워크숍은 개발도상국에 경쟁법과 관련 정책, 법 집행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취지로 지난 1996년부터 공정위가 개최해 온 행사다. “최근 몇 년간 세르비아의 강력한 요청이 있어 올해는 세르비아를 개최지로 선정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예고한 기조발언 내용이다. 공정위가 이날 사전 배포한 강연자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대기업 쏠림 현상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서 “재벌들이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재벌들의 부정적 측면이 (긍정적 측면보다) 더 부각되고 있다”면서 “재벌의 성장이 한국 경제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오히려 “재벌이 중소기업의 성장마저 방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너 2·3세에 대해서는 “창업자들과는 달리 위험에 도전해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사익추구행위를 통한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역동성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기업가 정신을 가진 리더를 중심으로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긍정적 측면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의 전반적인 강연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국무위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자동차, 조선 대기업이 휘청하면 하청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는 것처럼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고용을 하는 것도 결국 대기업이 성장하기 때문”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극히 반기업적이고 이념 지향적인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도대체 어느 나라 공정위원장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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