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012330)의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의 사외이사 선임과 과도한 배당 요구가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 현대차(005380)의 지배구조 개편 반대 권고를 했던 기업지배구조원이 돌아선 만큼 사실상 국민연금도 현대차에 비토를 놓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 사외이사 선임 안건 중 현대차의 제안을 모두 찬성한 반면 엘리엇의 제안은 모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금배당 안건에 대해서도 회사 측 안에 찬성했고 엘리엇 제안에는 불행사를 권고했다.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했던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배당안에 대해서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회사측 제안에 찬성, 엘리엇 제안에는 반대와 불행사 권고를 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엘리엇이) 단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심을 둘 여지가 크다고 판단된다”며 “주주제안자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장기적인 주주 가치 제고에 부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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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원이 현대차의 손을 들어준 것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주식의 8.27%를, 현대모비스 주식의 9.45% 가진 대주주다. 현대차의 특수관계인 지분이 현대모비스(21.43%),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5.17%) 등 29.11%이며 현대모비스는 30.17%다. 엘리엇과 주주총회에서 지분 대결에 들어간다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규모인 셈이다. 국민연금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지지한다면 당장 4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캐피탈그룹까지 포함한다면 엘리엇이 주총에서 지분대결을 펼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물론 기업지배구조원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제안에 힘을 실어줬다고 해도 실제 국민연금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안건에 찬성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와 함께 국민연금의 자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ISS는 조금 다른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은 14일 오전 기금운영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현대차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배당 관련 안건에 대해서는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엘리엇의 사외이사 추천과 관련해서는 각각 위원의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의 추천 사외이사가 수소차 등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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