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속속 사업목적을 추가하며 신규 사업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본업과 연계하거나 전혀 무관한 분야를 개척하는 등 활로 찾기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바이오·블록체인 등 최근 유행하는 분야를 추가해 주가를 띄워놓고 정작 사업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068270)은 정관상 사업목적에 ‘정보통신(IT) 관련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자문 및 유지 보수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오는 26일 주총에 상정한다. 단순히 IT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면 사업목적 추가가 불필요한 만큼 셀트리온이 IT 기술을 접목한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세계 헬스케어 시장은 오는 2020년 2,000억달러(약 226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에서도 다음달 정부가 바이오·헬스 분야 혁신 성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기로 하는 등 개화기를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사업목적 추가 안건은 단순히 IT 서비스 유지보수 업무가 필요해서”라며 “헬스케어는 중·장기 사업으로 계속 검토를 진행하는 단계”고 말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산업환경·상하수도 설비 공사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지난 2011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꾸준히 연구개발(R&D)을 해온 수(水)처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바닷물이나 폐수를 재이용하는 수처리 사업은 불순물을 걸러내는 데 강점이 있는 화학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분야로, 세계 물 부족 현상에 따라 더욱 유망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생산량에 따라 이미 확보해놓은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용지에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또 제주항공(089590)은 5월 저가항공사(LCC)로는 최초로 인천국제공항 라운지 개장을 앞두고 ‘일반음식점’ 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여객사업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본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업에 도전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10월 전북 전주공장을 1,978억원에 매각하며 일반 면사 대신 특수사 면사 생산에 집중하기로 한 대한방직(001070)은 올해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업, 관광호텔·관광숙박업, 생활용품 제조·유통 등 다수의 사업목적 추가에 나서며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이 가운데 관광호텔·숙박업은 직물제품 제조사인 대한방직으로서는 생소한 분야다. 대한방직 관계자는 “자세한 것은 밝힐 수 없지만 큰 틀에서 구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같은 신사업 ‘트렌드’에 발맞춘 상장사도 있다. 기계 제조업체인 한신기계(011700)공업은 태양광 발전, 탄소배출권 컨설팅·임대업을 이번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또 코스닥 상장사인 파워넷은 신재생에너지사업과 태양광발전사업을, 또 다른 코스닥 기업 한국선재 역시 신재생에너지사업과 태양광발전사업을 정관에 넣기로 했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거나 기존 업무 영역을 확대시키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의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신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데다 상당수 기업은 검토 단계에만 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면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앞다퉈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조양준·김광수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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