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구글에 “유튜브 이용자의 콘텐츠나 계정을 일방적으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한 약관 조항을 수정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경쟁당국 중 구글의 회원 약관이 불공정하다며 시정권고 조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튜브는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플랫폼이다.
공정위는 유튜브 회원 약관 중 “언제라도 사전 통지 없이 단독 재량으로 콘텐츠를 제거하거나 계정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공정위는 “콘텐츠 삭제나 계정 종료는 이용자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사유가 구체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면서 “이용자가 (유튜브 조치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까지 구글은 유튜브에 부적절한 영상이 올라왔다고 판단하면 이용자에게 따로 통지하지 않고 해당 콘텐츠를 내리거나 계정을 종료해왔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공정위는 회원 저작물을 유튜브가 광범위하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사전통지 없이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며 시정 권고했다. 구글 계정을 처음 만들 때 ‘동의’를 선택하면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자동적으로 동의하도록 한 약관과 회원이 콘텐츠를 삭제한 후에도 해당 저작물을 보유·이용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시정을 권고했다. 공정위는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은 약관과 별도로 설명하고 자발적 의사에 따라 동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온라인사업자 약관 조사 과정에서 자진해서 시정하지 않은 부분을 시정 권고하게 됐다”며 “이를 60일 이내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발동할 수 있고 불이행 시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조사 중 논의된 약관 조항 중 많은 부분을 이미 자진 시정하기로 했다”며 “일부 시정 권고한 조항 역시 자진 시정하기로 한 조항과 함께 수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위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정보수집이나 포괄적인 면책조항 등 공정위가 조사 과정에서 지적한 다른 불공정 약관에 대해서는 구글이 개인정보 수집범위에서 이메일을 제외하는 등 이미 자진 시정됐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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