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근형면 정죽리 대섬 앞바다에는 수백년 이상 수장된 침몰선이 있었다. 이 침몰선에서는 강진에서 제작된 도자기들을 개경으로 보낸다는 내용을 적은 20여점의 목간과 함께 2만3,000여점의 청자가 출토됐다. 그 대표 유물이 바로 보물 제1782호로 지정된 퇴화문 두꺼비 모양 벼루다. 두꺼비 모양의 고려청자 벼루로는 처음 발견된 사례다. 유일한 유물이어서 비교 대상이 없지만 다행히 동반 출토된 청자와 목간에 적힌 내용을 분석할 수 있었고 12세기 전반의 것들로 추정 가능하다. 형식상으로는 울퉁불퉁한 두꺼비 피부의 요철을 해학적으로 표현했고 이를 위해 철화와 백색의 퇴화를 사용한 점이 특징적이다. 두꺼비의 머리와 몸체, 다리에 이르기까지 비례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눈동자와 발톱 등을 상세하게 표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안쪽으로는 조각칼로 파낸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도자기를 구울 때 온도를 잘 맞추지 못한 탓인지 유색 일부가 벗겨지고 유약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보기 드물게 철화와 퇴화 기법으로 공들여 장식한 점 등 학술적 가치가 높다. 연당에 먹을 갈기 편리하도록 그 가장자리에 있는, 마치 알과 같은 중첩된 반원 문양을 더해두기도 했다. 이 유물을 소장한 목포 소재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최근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부산 해양자연사박물관과 해양문화유산 활용을 위한 학술정보 교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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