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의 화가’ 김종학(82·사진)이 세계적 화랑인 프랑스 파리 페로탕 갤러리에서 오는 16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지난해 프랑스 기메 국립 동양박물관(Muse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Guimet)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파리에서 열리는 김종학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페로탕은 파리 본점 외에 뉴욕·홍콩과 서울에 분관을 두고 있으며 무라카미 다카시·소피칼·마우리치오 카텔란 등 굵직한 전속작가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작가로는 ‘단색화’의 대표작가 박서보를 비롯해 정창섭, 이배와 함께 일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과 함께 1980년대 후반에 제작된 작품들, 처음 공개되는 드로잉 등 총 20여 점을 선보여 김종학의 예술 세계 전반을 소개한다.
작가는 서양화를 그리지만 동양화의 다시점 기법, 민화(民畵)적인 강렬한 색채 등을 구사하며 캔버스 위를 빠르게 움직이는 고유의 필법으로 독자적 화풍을 이뤘다. 특히 이번 전시에 처음 선보이는 폭 8m의 대작 ‘무제’는 작가 특유의 강한 필력으로 그린 꽃과 덩굴, 잡초들로 가득하고 그 사이를 나비와 잠자리들이 날아다니며 생명력의 근원에 대해 되묻는다. 페로탕 측 관계자는 “마치 광활한 자연속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원근법을 무시한 구성이 이차원적이고 추상적이기까지 하다”면서 “작가 자신이 ‘추상이 뒷받침하는 구상화’라 하는 이유를 알게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종학은 1962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김창열·박서보·윤명로 등과 함께 전후 앙포르멜 계열의 향을 받은 ‘악뛰엘(Actuel’을 창립해 활동했다. 이후 대부분 동료들이 추상미술과 개념미술로 향할 때 김종학 홀로 구상화 경향으로 돌아섰다. 특히 1979년에 돌연 설악산으로 들어간 것을 계기로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는 ‘모더니즘’을 표방하는 추상미술이 대세였고 “꽃을 그리면 타락한 작가”라고 수군대던 시절이었으나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김종학에게 설악산은 세잔의 생 빅투아르나 고갱의 타히티 같은 존재가 됐고 그 어떤 유파에도 속하지 않은 그에게는 ‘설악산 화가’라는 별명이 따른다.
조선 목공예 수집가이기도 한 김종학은 소장품 3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 등 미술관이 조명하는 작가인 동시에 경매시장에서도 사랑받는 화가다. 전시는 5월11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