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삼성자산운용은 ‘KODEX 한국대만IT프리미어’ ETF 상장 폐지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원회가 이번주 내놓은 ‘현장 혁신형 자산운용산업 규제 개선’에 포함된 해외펀드 기준가격 산정 시점 변경 탓에 상품 경쟁력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상품은 지난해 6월 국내와 대만거래소에 동시 상장됐다. 양국이 공동개발한 ‘한국대만IT종합지수’를 기초로 삼아 한국 증시의 높은 수익률과 대만 증시의 뛰어난 배당 성향 이점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만든 게 특징이다. 이 지수는 한국 기업 40%, 대만 기업 60% 정도의 비중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모든 해외펀드 기준가 산출 시점을 익일로 변경하면서 발생했다. ETF가 지수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기준가는 말 그대로 상품을 사고팔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채권·주식·파생상품 등의 종가를 일일이 확인한 뒤 이를 다시 일정한 계산 식에 대입해 구한다. 제도 개선 전에는 한국과 시차가 1시간30분 이내인 국가(중국·일본·홍콩 등)는 당일 종가를 반영해 실질 자산가치(NAV)를 산정하고 런던·미국 등 시차가 큰 지역은 전일 종가를 반영했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선으로 우리나라와 시차가 1시간밖에 나지 않는 대만이 외국이라는 이유 하나로 상품 기준가격을 익일에 산출하게 됐다. 이는 괴리율(거래되는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차이)이 커져 실제 가치와 동떨어지게 거래되는 결과를 낳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유했던 ETF를 매도할 때 기준가 조정에 따른 자산가치 손실이 나타날 우려도 커졌다. 국내 ETF시장에 복제 상품이 우후죽순 출시되는 등 지수상품의 배타적 권리와 보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국내외 자산 혼합형태의 차별화된 상품 출시를 사실상 막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이 노동시간에 민감한 현 정부의 코드만 신경 썼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는 “현장에서 청취한 애로사항을 토대로 규제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기준가 산정을 담당하는 사무수탁사 외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품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기준가 시점 변경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자산운용 측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장폐지를 논의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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