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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은] 올 회사채 대규모 만기…빚으로 일군 中기업이 '부메랑' 될수도

<3>만리장성 흔드는 회색코뿔소…한은이 본 中리스크

명목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 155% '신흥국 중 최고'

그림자 금융도 2,400조원 달해 은행부실 이어질 수도

도시민 가처분소득 둔화…가계빚도 잠재 위험군으로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성장둔화땐 부채리스크 직격탄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부채 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어 충분히 예상 가능하면서도 간과할 수 없는 ‘회색 코뿔소(grey rhino)’로 불린다.”

한국은행이 최근 중국의 과도한 부채에 대해 내린 평가다. 중국의 기업과 정부·가계의 부채 문제는 수년 전부터 중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주요 리스크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말 그대로 ‘잠재 리스크’ 정도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중국의 성장 감속이 본격화되면서 부채 위기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중국이 안정적 성장을 통해 적정수준의 소득창출을 지속하지 못할 경우 부채 부실화, 부동산 경착륙 등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의 위기다. 특히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대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 대중 수출의 80%는 부가가치가 높은 중간재가 차지하고 있다.

◇중(中) 기업부채 신흥국 중 ‘최고’=지난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덫에서 글로벌 경제를 구한 나라는 중국이다. 미국의 경기침체를 중국의 고도성장이 메우면서 중국은 미국에 필적하는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석 취임을 전후해 신형대국관계를 외치며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침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경제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나 홀로 성장은 ‘부채 폭증’이라는 부작용을 수반했다. 한은은 “기업 부문을 중심으로 민간 부채가 불균형적으로 누적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위기 이후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설비투자용 차입,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통한 차입 등이 대거 확대된 것이다. 일종의 ‘빚을 통한 성장’이었던 셈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조사대상국(43개국) 중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인 155.1%(2018년 2·4분기 기준)에 달한다. 성장 속도가 빠른 주요 신흥국에 비해서는 2~3배 높은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은행의 기업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지만 기업들은 주식시장이나 회사채 시장 등 직접 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2015년 중국 정부가 회사채 발행 요건 및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급격히 불어난 회사채는 조만간 기업들을 옥죄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한은은 “2014~2016년 중 급증한 회사채 신규발행분의 만기(평균 4.2년)가 올해부터 도래하는 점을 감안할 때 회사채 부실 사례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과도한 부채, 은행도 ‘좌불안석’=과도한 기업 부채는 은행 부실로 이어진다. 투자은행 UBS그룹은 2017년 중국 내 237개 은행의 대출 규모와 현황, 부실대출 규모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14조위안(약 2,400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중국 GDP의 19%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 대출과 달리 투자 구조가 복잡해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금융상품을 일컫는다.

보고서는 그림자 금융의 대표적인 사례로 은행의 ‘투자미수금’에 주목했다. ‘대출’로 기재해야 할 것을 ‘투자미수금’으로 분류해 대출액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대출로 잡히지 않으면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다.

UBS는 이런 그림자 금융을 고려하면 중국의 부실대출 비율은 공식 통계보다 세 배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중국의 ‘러스트벨트’라고 불리는 동북부 지역의 은행 부실이다. 중국의 대표 철강 도시인 허베이성의 탕산은행은 2016년 그림자 대출이 86% 급증했다. 재무제표상 대출의 308%에 달한다. 하지만 이 은행이 보고한 부실대출은 0.05%에 불과해 중국 내 은행 중 가장 낮다.

◇가계도 ‘잠재 위험’=가계부채는 기업에 비해서는 덜 심각하지만 최근 도시 지역 주민의 가처분소득이 둔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은은 경고했다. 가처분소득이 줄면 빚 상환능력이 떨어져 금융부실로 전이될 수 있어서다. 특히 기업 부실이 가시화돼 고용악화까지 겹칠 경우 커다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은은 “저소득층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소득 수준 1분위(하위 20%)에 해당하는 가구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2011년 30%대 후반에서 2015년 80%대 중반으로 세 배가량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도 심상치 않다. 특히 상가·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 9월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한중 경제 명운 달려=한은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갈등이 중국의 실물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이는 금융 부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은은 중국은 경기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분간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해결 여부가 중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분쟁이 잘 타결되면 중국은 올해 6%대 초반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5%대로 추락할 수 있다”며 “중국 경제가 악화되면 부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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