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자 지원금을 정부의 혈세로 채워 달라며 생떼를 부리던 한국GM노조가 한발 물러났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다 정부가 내세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산 공장 무급 휴직자들은 당초 노사 양측이 절반씩 부담해 올해 1월부터 주기로 한 225만원 가운데 사측이 주는 112만 5,000원만 지급 받을 수 있게 됐다. 연내 부평 2공장에 전원 복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노사가 합의하긴 했지만 이도 판매회복이 이뤄져야만 가능하다. ★본지 1월28일자 1, 13면 참조
18일 한국GM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GM 노동조합은 지난 1월 정부에 요청했던 ‘무급휴직자 대책 마련 특별요구’ 안건을 포기하기로 했다. 고용장려금 제도의 허점을 노려 무급휴직을 유급으로 바꿔 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시도했지만 고용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원금을 받으려면 지위를 무급에서 유급으로 바꾸는 것 외에 군산공장 자체가 별도 법인이 되어야 한다”며 “부평공장으로 소속을 바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사측도 노조의 제안에 부담을 느낀 점도 컸다. 유급휴직자는 근로기준법(46조 휴업수당)에 따라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 이보다 적게 주려면 노동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사측은 지금도 군산공장 무급휴직자들에게 월 112만5,000원의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유급휴직자가 되면 부담이 더 커진다. 한국GM의 평균임금은 약 8,700만원(2016년). 군산공장 폐쇄 전 임금이 줄었다 해도 유급휴직자로 지위를 바꿔 평균임금의 70%를 주려면 사측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는 현재 생계지원금을 훨씬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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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파산 위기에 처한 한국GM은 미국 GM 본사와 산업은행에서 71억달러(약 87조4,000억원)를 지원 받는 대신 판매부진으로 가동률이 20%까지 추락한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당시 희망퇴직을 택하지 않은 군산공장 근로자 400명은 무급휴직자로 정부가 6개월간 월 180만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고 이후 24개월은 노조와 사측이 절반씩 부담해 월 225만원의 생계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정부 지원은 지난해 11월 말 끝이 났다. 사측도 1월10일부터 1인당 월 112만5,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조합비가 두 배 이상 뛸 것을 우려해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고 현재 생계지원금을 주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발이 나오자 노조는 다시 정부에 손을 벌리기로 지난 1월 결정했다. 고용장려금 제도에 따라 올해 군산공장 무급휴직자를 유급휴직자로 지위를 바꾸면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의 반대로 정부 추가지원이 무산되며 300여명의 군산 공장 무급휴직자들은 사측이 주는 월 112만 5,000원의 생계지원금으로 버텨야 한다. 대신 노조와 사측은 올해 부평 1공장에서 생산되는 쉐보레의 물량이 2공장으로 이전돼 가동률이 오르면 순차적으로 군산 휴직자들을 우선 채용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만약 2공장에서 판매되는 말리부의 판매대수가 호조를 보일 경우 올해 하반기에 전원 복직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군산공장 무급휴직자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경우·변재현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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