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곡선’ 개념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비판했던 미국의 노동경제학자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가 향년 58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크루거 교수의 가족들은 그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1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밝혔다. 경찰은 지난 16일 아침 자택에 쓰러져 있는 크루거 교수를 발견했으며 다음날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자살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크루거 교수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으로 활약한 경제학자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 시절에는 노동부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1987년부터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쳐온 그는 실업과 노동시장에서 교육의 효과 문제를 주로 연구했다. 대표적 연구 성과로는 2012년 CEA 위원장 시절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 꼽힌다. 가난한 농부 아들이 부자가 되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착안한 이 이론은 소득 불평등이 커질수록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이 작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곡선이다.
크루거 교수는 1995년 공저로 내놓은 저서 ‘신화와 측정: 최저임금에 대한 새로운 경제학’을 통해 정책 효과를 예측할 때 지나치게 이론에 의존하기보다 실증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1993년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일자리가 줄지 않았던 뉴저지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사례를 들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일자리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난해 미 최대 경제포럼인 잭슨홀 미팅에서 노동자의 교섭능력 악화를 주제로 토론하는 등 크루거 교수는 최근까지도 왕성한 연구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차량공유 업체 우버 운전자의 임금, 노동자의 오피오이드 남용, 프랜차이즈 업체의 횡포 등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다뤘다.
노동경제학의 대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 학계와 정계는 슬픔에 잠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주말 동안 미국은 우수한 경제학자 한 명을 잃었다. 그는 경제 정책을 추상적인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방법으로 여겼다”며 크루거 교수의 죽음을 애도했다. 크루거 교수의 지도를 받은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트위터에서 “그의 설득력 있는 실증 연구는 영원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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