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나 기관투자가의 주주제안이 속속 부결됐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의지를 나타낸 국민연금 역시 표 대결에서 쓴맛을 보는 등 올해 정기 주총 시즌에서 ‘주주행동주의’가 초반 기선제압에는 실패한 모양새다.
1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개최된 포스코강판(058430)의 정기 주총에서 현 1,600만주인 발행주식 총수를 10대1의 액면분할을 통해 1억6,000만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 일부 변경 주주제안이 부결됐다. 소액주주들은 ‘액면분할로 거래량을 늘려 주가 제고가 필요하다’며 지난 2016년에 이어 이번 주총에도 같은 제안을 했으나 출석주식 3분의2 이상(특별결의 요건) 찬성을 얻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포스코강판의 최대주주인 포스코의 지분율이 절반이 넘는 56.87%이고, 소액주주는 26.97%에 그치는 만큼 중요했던 신영자산운용(7.94%), 국민연금(6.97%) 등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팬스타엔터프라이즈(054300)의 경우 전임 대표 측이 제안한 감사 선임 안건이 지난 15일 정기 주총에서 부결됐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의결권 대리 행사(섀도보팅) 폐지로 정족수가 모자라 감사 선임을 하지 못했고 올해는 이사회(회사) 측과 주주 측의 감사 후보를 두고 표결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전임 대표는 지난해 감사 선임을 이유로 팬스타 측에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를 한 바 있다.
이밖에 피씨디렉트(051380)는 최대주주가 2대 주주이자 현 경영진을 상대로 사내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감사 2명 등 선임을 제안한 건이, 성도이엔지(037350)는 주당 배당금을 150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주제안이 각각 15일 부결됐다.
지난해 수탁자 책임(스튜어드십 코드)을 전격 도입한 국민연금 역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이 모두 각 기업 주총에서 통과되는 굴욕을 맛봤다. 국민연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집중투표제를 배제했다는 이유로(아세아), 독립적인 사외이사 또는 감사(위원) 역할을 하지 못할 것(신세계(004170)·한미약품(128940)·현대건설(000720)·농심(004370) 등)이라며 회사 측 안건에 반대 표를 던졌지만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서흥(008490)·현대위아(011210)·풍산(103140)·LG상사(001120) 등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을 통과시킨 곳도 있다.
다만 아직 주총 시즌 초반인 만큼 올해 ‘주주행동주의’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다수다. 또 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며 표 대결을 준비하고 있는 상장사들이 이번주와 다음 주 연달아 주총을 앞두고 있다. 오는 28일 주총을 여는 아트라스BX(023890)는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으로부터 현 주당 400원인 배당 수준을 1만1,000원으로 늘리라는 내용 등을 담은 주주제안을 받은 상태이고, 미국 펀드 홀드코자산운용은 세이브존I&C(067830)에 역시 회사 안인 50원을 크게 웃도는 주당 400원의 현금배당을 제안했다. 세이브존I&C의 정기 주총일은 22일이다.
한편 이날도 섀도보팅 폐지로 인한 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에 실패한 상장사들이 추가됐다. 코스닥 상장사 오르비텍(046120)은 감사 선임과 더불어 전자증권 도입에 따른 정관 일부 변경 안건 역시 ‘불성립’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주총을 치른 곳은 코스피 2개, 코스닥 7개 총 9개사에 불과했다. 앞서 디에이치피코리아(131030)·진양산업(003780)·씨유메디칼(115480)·연이정보통신(090740)·GS리테일(007070) 등이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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