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나뭇가지에 까치가 한 쌍, 그 아래로 때까치가 한 쌍 앉아 있다. 제 짝을 바라보는 새의 눈길에 애정이 어려 있다. 먹으로 꽃과 새를 잘 그려 이름을 떨친 사대부 화가 조속(1595~1668)의 작품으로 전하는 ‘메마른 가지 위의 까치’이다. 고구려 유리왕이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라며 ‘황조가’를 지은 애틋함이나 17세기 중엽의 조속이 이런 쌍쌍의 새를 그린 정겨움은 수백 년 시대를 초월해 감성을 자극한다. 조속은 명나라 화가 임량의 그림풍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고 속도감 있는 수묵 필선을 즐겨 사용했다. 그의 그림은 잘 정돈된 구도와 서정적 분위기를 이뤄 17세기 조선 화조화의 모범이 됐고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까치를 그린 이 그림도 마찬가지다. 텃새인 까치는 친숙한 존재이자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새라는 의미에서 희작(喜鵲)이라고도 불렸다. 맨 위에 앉은 까치가 고개를 숙인 채 부리를 문질러 제 털을 고르는 모습은 화가의 번득이는 관찰력을 보여준다. 마른 가치에 붙은 잎사귀들을 붓을 살짝 눕혔을 때 생기는 삼각형을 반복적으로 찍어 표현한 것도 탁월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의 서화실에서 오는 6월 30일까지 이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마음으로 듣는 새들의 노래’를 주제로 17세기 조선 사대부 화가들의 화조화와 19세기~20세기 초반의 민화풍 화조화 등 19점이 함께 선보였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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