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위해 손을 잡았던 신한금융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주도권’에 대한 이견으로 결별하면서 ‘토스은행’ 출범에 차질이 예상된다. 오는 26~27일 금융위원회 예비인가 신청 접수를 닷새 앞두고 있는데다 현대해상도 이날 ‘토스은행 컨소시엄’ 불참을 선언하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토스와 결별한 것은 주도권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지난달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위한 추진단을 발족해 컨소시엄 구성 등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략적 투자자(SI)로서 다른 업체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운영에 참여할 방침이었던 신한금융과 1대 주주로서 컨소시엄 주도권을 쥐려던 토스 사이에 주도권 갈등이 증폭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을 댈 신한금융은 이사 추천 등 경영개입장치를 원한 반면 토스 측은 신한의 경영간섭이 계속될 경우 애초 자신들이 구상해온 인터넷은행 모델이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이사추천권 등 일정 수준 이상의 경영개입에 대한 의지가 강했지만 비바리퍼블리카에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안다”며 “결국 서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고 이런 상황에서 컨소시엄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신한이 불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모델이나 방향성을 놓고도 의견 차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프라 부담을 최소화하고 단순한 상품과 저렴한 수수료, 경쟁력 있는 금리를 내세우는 챌린저 뱅크를 지향한 토스와 달리 신한금융은 생활 플랫폼의 분야별 대표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오픈뱅킹 플랫폼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최대주주가 비바리퍼블리카고 컨소시엄 구성 단계부터 주도를 해왔지만 신한금융과의 주도권 문제를 놓고 갈등을 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스 측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토스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방향과 사업모델,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했으나 전략 방향과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이견으로 신한금융이 최종적으로 불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토스와 신한금융의 결별은 예고됐었다. 지난 14∼15일께 컨소시엄 구성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논의가 지연되면서 결별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신한이 이탈하자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던 현대해상 등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차질이 예상된다. 자본력이 큰 신한금융과 현대해상이 동시에 빠지면서 토스 측은 대규모 자본 확보를 위해 새로운 전주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에는 간편 회계서비스 ‘캐시노트’를 만든 한국신용데이터, 온라인 패션쇼핑몰 무신사, 전자상거래 솔루션 제공업체 카페24, 모바일 부동산중개서비스 업체 직방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토스와 함께 자본력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토스 측 관계자는 “새 주주가 들어오거나 기존 주주끼리 지분 비율을 조정하는 등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아직은 미정이며 주주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토스 측이 소액자본으로 출범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지만 참여 주주들의 반대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지만 제대로 된 은행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수년 안에 자본금을 1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그러나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스타트업으로 최대 지분율(34%)을 유지하면서 자본금을 그 정도로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최소 자본금으로 토스뱅크가 성공적으로 출범해도 외형 확대를 위해서는 주주 간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나는 다른 주주들이 난색을 표할 수 있어서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흔들리면서 키움증권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움증권 컨소시엄은 이번주 내로 컨소시엄 구성 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키움 컨소시엄에는 키움증권과 KEB하나은행·SK텔레콤·11번가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이번 불참 결정으로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인터넷은행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 KB금융그룹은 국민은행을 통해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을 통해 케이뱅크 지분 13.79%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은 전통적으로 협력관계를 맺어온 네이버 등과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한번 인터넷은행에 도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최대 2곳까지 인가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금융당국의 계획도 난관을 맞게 됐다. /서은영·유주희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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