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일단 현재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연준의 결정이 시장 예상보다 비둘기적(완화적)이었다”며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듯 현재 우리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이며 아직 금리 인하에 나설 때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한은은 올해 경제전망으로 2% 중반을 제시했고 현재 그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금융불균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유로존 경기, 미중 무역협상, 중국의 경기 흐름 등 불확실성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되 국내 경기 및 물가지표, 대외 불확실성 등을 지켜본 뒤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한은의 스탠스 변화는 다음달 18일 예정된 경제전망 수정에서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출·고용부진, 저물가 등을 반영해 한은이 올해와 내년 경제전망을 어떻게 수정하느냐에 따라 금리 방향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론’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 부진 및 저물가라는 현 경제상황이 지속될 경우 통화정책을 추가 완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10조원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확대재정에 나서는 만큼 정책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에서도 금리 인하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금리 인하의 걸림돌 중 하나인 가계부채 증가세도 한풀 꺾인 상태다. 다만 한은으로서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갑자기 정책 선회를 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점이 문제다. 한 경제전문가는 “한은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우측 깜빡이 켜고 좌회전한다’는 비판”이라며 “경제전망 수정 등을 통해 충분히 명분을 쌓고 시장에 금리 인하 신호을 몇 차례 준 후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자본유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이 지난해 어느 정도 입증됐다”며 “더구나 연준이 연내 동결을 선언한 만큼 경기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도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능현·박형윤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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