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영어덜트 소설의 진화
■버드 스트라이크(구병모 지음, 창비 펴냄)=첫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로 국내외 독자들을 사로잡은 구병모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 수 있고 그 날개가 치유의 힘을 지닌 익인(翼人)이 등장하는 소설로 판타지적 요소가 돋보인다. 조류가 비행기에 부딪히는 것을 뜻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소설 초반부에 고원지대에 사는 익인들이 도시로 날아와 시청 건물을 습격하는 장면에서 유추할 수 있는 익인의 투쟁과 충돌을 의미한다. 한국 영어덜트(YA) 소설의 눈부신 진화로 평가받는 책이다. 1만4,800원.
거장들 인생 바꾼 한 문장은
■이 문장은,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조 페슬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처참하면서도 경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잭 길버트의 시를 본 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소설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어둠 속에 살 때조차도 ‘고집스러운 기쁨’에 매달리는 사람. 가장 암울한 상황에서도 기쁨과 경이를 마음속에 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국 문예지 ‘애틀랜틱’이 33명의 작가들에게 ‘당신의 인생을 바꾼 한 문장은 무엇인지’를 물었고 그 잡변을 모은 이 책은 거장들의 인생관, 작법론, 문학론을 다채롭게 엿보게 한다. 1만4,000원.
스마트폰, 가끔은 꺼두셔도 좋습니다
■우리에겐 쉼표가 필요하다(마이클 해리스 지음, 현암사 펴냄)=1980년생인 저자는 인터넷 보급 이전의 시대를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로서 인터넷 보급 이전과 이후 시대를 이야기 한다. 저자는 자신과 그 또래 세대를 ‘걸쳐 있는 세대’이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세계로 이주해 온 ‘디지털 이민자’로 칭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지배로 인해 ‘여백의 종말 혹은 결핍의 상실’을 흥미로운 변화로 꼬집는다. 유쾌하면서도 진중한 성찰이 돋보이는 책으로 지난 2014년 캐나다 총독 문학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만6,000원.
줌파 라히리의 첫 이탈리아어 소설
■내가 있는 곳(줌파 라히리 지음, 마음산책 펴냄)=“나는 나이면서 그렇지 않아요, 떠나지만 늘 이곳에 남아 있어요.” 존재의 당혹감, 뿌리 내리기와 이질성이라는 주제의식에 천착해 온 줌파 라히리의 최신작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40대 초반쯤의, 한적한 바닷가 도시에 사는 미혼의 대학교수다. 책의 제목인 ‘내가 있는 곳’은 지리적, 물리적 공간일 뿐 아니라 내면의 공간이다. 주인공은 집 주변 보도, 공원, 다리, 광장, 서점, 수영장, 병원 대기실, 박물관 매표소 등 46개의 이야기 속 장소를 이리저리 오가며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1만3,500원.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 ‘엄마’
■마마 탄두리(에른스트 환 데르 크봐스트 지음, 비채 펴냄)=인도에서 태어나 간호사로 일하다 네덜란드로 온 어머니는 억척스럽다. 탄두리 화덕처럼 불같은 성격에 물건값 깎는 게 특기고 틈만 나면 논문 보는 의사 남편을 돈 못 번다고 구박한다. 그녀에게는 지적 장애를 가진 큰 아들, 무슬림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둘째, 하라는 공부는 않고 작가가 되겠다는 저자의 분신같은 막내 에른스트까지 세 명의 아들이 있다. 소설 속 생생한 묘사에 대해 저자의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이 책은 명백히 허구이며 절대 내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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