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인 ‘엑스페리아 1’에 삼성전자(005930)의 이미지센서인 ‘아이소셀’이 탑재됐다. 삼성이 ‘2030년 비메모리 1위’를 선언한 가운데 비메모리 반도체의 중요한 축인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 엑스페리아 1에 들어간 4개의 카메라 중 3개는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를 사용한다. 소니는 공식사양에 후면 기본 카메라에 자사 이미지센서인 ‘엑스모어’가 들어간다고 명시했으나 후면 망원·광각 카메라, 전면 카메라에 들어간 이미지센서의 제조사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화소 수와 크기, 센서 크기 등의 항목에서 후면 카메라 센서는 삼성 아이소셀 슬림 ‘S5K3M3’, 전면 카메라 센서는 삼성 아이소셀 슬림 ‘S5K4H7’ 등과 세부 스펙이 일치한다. 소니 엑스페리아 고객지원팀은 관련 질문에 “회사는 세부 스펙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공식 답변을 거부했다.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5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소니의 스마트폰에 삼성 이미지센서가 탑재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017년 매출액 기준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점유율은 19.08%로 51.17% 점유율의 소니와 격차가 컸다.
업계에서는 최근 공격적으로 이미지센서 생산능력을 확장 중인 삼성전자가 단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화성 D램 11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 라인 S4로 전환하고 있다. S4 전환이 완료되면 화성 13라인도 순차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모바일 이미지센서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TSR은 지난해 상반기 수량 기준 소니가 31.7%, 삼성전자가 30.4%의 모바일 이미지센서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는 최근 소니의 스마트폰 사업부 수장이 바뀐 것과 연관 짓는 시각도 존재한다. 소니는 카메라사업부와 모바일사업부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스마트폰 카메라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 지난해 초 소니 카메라 ‘알파’를 주도한 마키 기미오 디지털 이미지 본부장을 모바일 부사장으로 부임시켰다. 새로운 수장이 이미지센서와 관련해 다른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2030년까지 비메모리 1위 달성을 목표로 한 삼성전자에는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니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높지는 않지만 이번 신제품은 뛰어난 카메라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니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쪽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하급 이미지센서를 썼을 리는 없다”며 “이를 계기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 삼성전자 이미지센서가 탑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특히 이미지센서는 비메모리 반도체 가운데서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카메라를 통해 고객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점원 없이도 결제할 수 있는 무인점포 등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시신경’으로서 이미지센서는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멀티카메라 탑재 경향에 따라 수요가 늘었지만 추후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수요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차량용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론칭하고 완성차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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