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여파로 국내 증시가 파랗게 질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덮치면서 주식시장이 급락했고 상장된 종목 10개 중 8개의 주가는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약세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급격한 침체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분간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있는 만큼 중소형주와 경기방어주를 중심으로 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42.09포인트 하락한 2,144.86으로 마감했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 방침에 2,200선 회복을 노리던 지수는 이날 장중 2% 넘게 추락하기도 했으며 올 들어 가장 큰 낙폭(-1.92%)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16.76포인트(2.25%) 급락한 727.21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742개 종목, 코스닥시장 1,001개 종목 등 거래 종목 80%가량이 하락하며 증시 전광판이 파랗게 물들었다.
지난주 21~22일 이틀간 유가증권시장에서 9,894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3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서 이날 1,17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 역시 1,521억원을 팔아치우며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이날 주가 급락은 개장 전부터 예견됐다. 지난 22일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장 중 한때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42%까지 떨어지며 2.46%까지 치솟은 3개월물을 밑도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통상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채보다 수익률이 낮아지면 경기침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우려에 당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7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90%), 나스닥지수(-2.50%) 등 미국 증시 대표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예견된 악재보다는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차 역전 우려는 연초 이후 지속됐다”며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정책 기대감은 꽤 반영됐고 미중 무역협상 기대도 더 높아지기 어려워지는 등 경기회복 기대를 갖기에는 한계가 생겼다”고 말했다.
미국시장의 영향으로 이날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10년물 이상의 장기채 금리 하락률 낙폭이 커지며 장단기 금리 차가 빠르게 축소됐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국내 증시가 당장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김종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센터장은 “중요한 것은 방향 전환 여부인데 이날 코스피 -2%, 코스닥 -2.5% 이상 하락이 아니라면 주식시장의 하향 방향 전환으로 속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의 전조라 해도 그것을 확인하는 데는 1년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 외에 신용스프레드나 미국 주식시장 변동성 지표에서 심각한 경고 신호가 보이지 않아 과거 침체를 보일 때와 차이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이 불확실해지면서 경기방어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전 업종지수가 하락했지만 통신업종은 0.67% 오름세를 기록했다. LG유플러스(032640)가 2.99% 상승했고 SK텔레콤(017670)(0.40%)도 상승 마감했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환경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통신주가 방어주로서 투자 매력이 부각됐다는 점에서 통신업종 내 긍정적인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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