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행사에 참석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끊겼던 청와대와 전경련 간 교류의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경련은 26일 허 회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필리프 벨기에 국왕 환영만찬에 초청받았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27일 개최되는 한·벨기에 비즈니스포럼도 주최한다. 전경련이 현 정부 들어 외국 인사 국빈 방한 관련 비즈니스포럼을 주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비즈니스포럼을 주최하면서 허 회장도 만찬에 초대됐다”며 “만찬의 재계 측 참석자도 전경련이 추렸다”고 전했다. 행사에는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다른 경제단체들도 참석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그간 정부와 전경련 간의 불편했던 관계가 다소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경제인 관련 행사에 한 번도 초청받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개최한 신년회는 물론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등 주요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현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아온 전경련으로서는 이번 만찬 초청이 정부와의 관계를 회복할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계의 한 임원은 “연유가 어찌 됐든 이번 초대가 물꼬를 튼 셈 아니냐”며 “경제회복을 위해서라도 각계각층의 통합이 중요한 만큼 전경련의 역할론이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고 했다.
관련기사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청와대의 초청을 두고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이번 청와대 초청은 27일 전경련 주최로 열리는 한·벨기에 비즈니스포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로서는 벨기에 국왕이 참석하는 행사를 주최하는 경제단체를 굳이 초청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허 회장은 2월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37대 회장을 맡아 4연임을 하게 됐다. 임기는 2021년까지로 허 회장이 임기를 채우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최장수 회장(10년)이 된다. 허 회장은 연임 이후 첫 행보로 5일 미 의회에 롭 포트먼 상원의원이 발의한 ‘무역안보법(안) 2019’를 지지하는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무역안보법 2019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미국의 국가안보 등에 위해한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규제법)’의 무분별한 확대를 제한하는 법률안이다. 한국산 자동차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14~15일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 김윤 삼양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 주요 기업인으로 경제사절단을 꾸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20개국 비즈니스(B20) 서밋에도 참가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를 민간 차원에서 회복시키려는 노력이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경련이 과거 정권의 관행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직원 절반이 퇴사하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며 “대외 통상환경이 엄중한 상황인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가 풍부한 전경련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병기·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