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27일 열리는 대한항공(003490)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했다. 외국 기관투자가들에 이어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까지 해당 안건에 반대를 선언하면서 주총 결과가 주목된다.
이날 오후 3시30분 시작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자위)는 격론 끝에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수탁자위는 지난 25일 1차 회의에서 위원 간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려 매듭을 짓지 못했고, 결국 이날 2차 회의 끝에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수탁자위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현재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대한항공의 주식 1,107만5,561주(지분율 11.68%)를 보유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대한항공 측의 위기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연구소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이 속속 조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한 반대를 주주들에게 권고했고, 플로리다연금(SBA of Florida)과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 3곳의 외국 기관투자가들 역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대한항공 주식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지분 22%가량이 동조할 경우 연임은 무산된다.
한편 이날 수탁자위는 27일 주총을 여는 SK의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며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의 SK 지분율은 8.37%이며 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2월13일 현재)은 30.54%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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