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미래 성장동력이 매우 큰 지역이다. 경제 규모로 아시아 3위, 세계 7위다. 인구에서는 규모로 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인데다 인구 50% 이상이 30세 미만인 ‘젊은 지역’이다. 최근 한류 인기 등 소프트파워 증가에 힘입어 아세안이 우리나라 기업에 주는 매력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조원 규모 투자로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인도네시아에 4조원가량을 투자해 나프타 분해시설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고 현대자동차도 향후 약 1조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현지에 승용차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금융기관의 투자도 활발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아세안 지역에 진출한 국내 은행 점포는 600곳을 넘었다. 대부분 진출 방법은 인수합병(M&A)이다. 미얀마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한국 금융기관의 현지 진출 방법으로 기존 금융기관 인수를 유도하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과 OK금융그룹의 인도네시아 은행 M&A를 계기로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 금융기관이 일본보다 많은 현지 은행을 소유하게 됐다. 캄보디아의 경우 국내 지방 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은행 및 금융지주가 현지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의 경우 복수의 국내 금융기관이 M&A를 하고자 하나 매물이 없어 인수 대기상태에 있다.
M&A를 통해 아세안의 진출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인수 시 현지 규정 및 법규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과거 한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지 법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인수 검토 막판에 불발된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법상 개인의 주식거래 시 현재 배우자뿐 아니라 이혼한 배우자, 심지어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배우자의 동의까지 필요하다. 경험적으로 이런 규정이 문제가 된 적은 없지만 법규상의 리스크로 인수에 부담을 갖는 인수자라면 주주가 법인인 회사를 인수 대상으로 검토하는 게 타당하다.
둘째, 현지 회계 관행에 대한 이해다. 과거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을 인수 실사하는 과정에서 적정의견을 받은 재무제표에 충당부채가 과소 계상된 경우가 있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지 묻자 현지 실사 담당 파트너의 대답이 의미심장했다. “웰컴 투 인도네시아.” 이런 회계 관행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면밀한 실사가 선행돼야 한다.
셋째, 현지 기업 문화 및 정서에 대한 이해다. 아세안 국가의 대부분은 외부의 침략과 관련한 불편한 기억을 갖고 있으며 자존심이 강한 편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수준의 성실함을 가정하고 문책할 경우 출근 거부로 대응할 수 있다.
넷째, 현지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다. 진출 초기에는 대부분 국내 금융기관이 한국계 고객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현지인 속으로 들어갈지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현지 업체와 제휴나 추가적인 M&A를 통한 확장도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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