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모두 3개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던진 가운데 키움증권과 간편송금 서비스업체인 토스를 운영 중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치열한 2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두 곳을 인가하면 좋겠지만 둘 중 한 곳만 인가하면 그야말로 혈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6~27일 양일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 받은 결과 모두 3개 컨소시엄이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중 애니밴드 스마트은행 컨소시엄은 신청서류가 미비해 당국이 보완을 요청한 상태다. 기한 내 서류 보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신청이 반려될 가능성도 있다.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 두 곳도 이날 예상대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키움뱅크는 금융·정보통신기술(ICT)·유통 강자를 주주로 구성한 만큼 5G 기술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IoT) 뱅킹, 증강현실(AR) 기반 부동산 금융 서비스 등 ‘뉴 ICT 은행’을 표방한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키움증권을 주축으로 하나금융그룹·SK텔레콤·11번가·세븐일레븐·롯데멤버스 등 28개 업체가 참여하는 등 규모도 압도적이다. 주주들의 구체적인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대형 업체들의 참여로 자본력 부문에서 토스뱅크를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국의 평가항목인 자본금 및 자금조달 방안을 비롯해 대주주 및 주주구성 계획, 포용성, 안정성,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물적 설비 부문에서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혁신성이다. 앞서 키움 측은 금융과 ICT를 결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기존 금융권에서 이용하던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에는 토스를 중심으로 벤처캐피털(VC)인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 한국전자인증, 무신사가 참여한 데 이어 한화투자증권,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업체인 베스핀글로벌 등이 마지막 날 합류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이 막판에 토스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데는 핀테크 등에 관심을 보여온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투자증권은 토스뱅크 지분 중 9.9%를, 베스핀글로벌은 4%를 확보했다. 한투증권이 막판에 참여하면서 토스 지분율은 60.8%로, 리빗캐피탈 지분율은 1.3%로 조정됐다. 알토스와 굿워터는 각각 9% 지분을 확보했다.
토스뱅크는 핀테크 기술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소규모 특화 은행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특히 추가 참여사인 한화투자증권과 베스핀글로벌의 전문성을 활용해 한화 금융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한편 은행권 최초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본조달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극적으로 소규모 투자자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는 했지만 앞서 컨소시엄에서 이탈한 신한금융과 현대해상 등과 같이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참여사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번에 금융당국이 두 곳을 새로 인가할지, 아니면 한 곳만 인가할지 여부다. 금융당국은 일본이 8개 인터넷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4개 정도의 인터넷은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2개 인터넷은행이 필요한데 이번에 두 곳을 동시에 인가할 지, 한 곳을 먼저 인가하고 추후 1개를 인가할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에서는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 인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반드시 두 곳을 선정한다는 것은 아니라 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1개사만 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이날 예비인가 신청 접수를 마감한 금융당국은 심사를 거쳐 5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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