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매년 두 번씩 금융 민원 건수를 집계해 발표하는데 올해도 보험사들이 울상이다. 보험이라는 업종 자체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놓고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매년 수치가 공개되다 보니 ‘나쁜 보험’이라는 낙인이 점점 굳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민원집계 방식도 문제가 많아 보험사가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27일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사실 확인이나 질문까지도 금융 민원으로 집계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은 여타 금융 상품에 비해 다소 어려운 상품 구조와 약관 때문에 문의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자잘한 문의까지 민원에 포함하다 보니 ‘악덕 보험사’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금감원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동차 보험료가 왜 이렇게 올랐느냐’는 민원부터 법원판결까지 난 사안을 갖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 등 종류도 다양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민원담당 직원들이 하루에 받는 문의전화가 1,000건을 넘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권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오히려 민원이 폭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초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원거리도 안 되던 것을 일단 넣고 보는 식이라는 것이다. 보험사의 원죄도 없지 않지만 민원 건수를 ‘공개’하는 이벤트만으로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처럼 조용한 민원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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