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임원 직급 체계를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고 임원 정기 인사를 연중 수시 인사 체계로 바꾼다.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선 가운데 과감한 발탁 인사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확대하고 경영진 세대 교체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또 본사에 있던 중국 사업 조직을 중국 현지에 전진 배치해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다음달 1일부터 임원 인사 제도를 개편해 현재 이사대우, 이사, 상무까지의 임원 직급 체계를 상무로 통합한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사장 이하 6단계 직급이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4단계로 축소된다. 연말에 실시되는 정기 임원 인사도 경영환경 및 사업전략 변화와 연계한 연중 수시 인사 체계로 전환된다.
임원 인사 제도 개편에 따라 앞으로 기존 이사대우 직급에서 전무로 바로 승진하는 경우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기존 경영진의 세대 교체를 단행하면서 외부 인재를 과감하게 영입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말 정몽구 회장을 보좌했던 부회장들이 퇴진하거나 경영 2선으로 물러나는 경영진 세대 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삼성전자 출신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과 KT 출신 윤경림 부사장 등을 잇달아 영입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외부 인사 영입 및 경영진 세대 교체는 최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오른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장악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발탁 인사를 통해 우수 인재가 성장할 기회를 부여하고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정착할 것”이라며 “조직의 유연성 제고 및 해당 부문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책임감 강화 등을 통해 임원들의 업무 추진력과 전문성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임원에 이어 일반 직원의 직급 체계 개편도 올 하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인 일반직 직급을 주니어·시니어나 책임·수석 등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임원 인사 제도 개편에 맞춰 수시 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내정됐다.김 신임 사장은 화공플랜트·엔지니어링 전문가로 신규 사업 발굴과 조직 혁신에 나설 전망이다.
이화원 현대모비스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기아타이거즈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이 신임 부사장은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현대모비스 농구단 피버스 단장을 역임했으며 구단 운영 효율화 및 팬과의 소통 강화가 기대된다.
김윤구 현대·기아자동차 인사실장과 윤승규 기아자동차 북미권역본부장은 각각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여성 임원 발탁 인사도 단행돼 변영화 현대차 고객채널육성팀 부장과 김정원 현대차 체코공장 회계팀 부장, 조애순 기아차 경기남부지역본부 부장이 신임 임원으로 발령됐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중국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 본사 조직을 중국 현지로 옮겨 현장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중국 사업 조직은 베이징과 연구소가 있는 옌타이에 분산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사업 조직 개편은 부진에 빠진 중국 사업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지로 이동하는 중국 사업 본부의 당면 과제는 중국 사업 구조조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중국 베이징 1공장의 가동 중단을 결정했고 기아차도 중국 옌청 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직 및 사업체계 개편은 외부 환경 변화에 더욱 신속히 대응하고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출퇴근 및 점심시간 유연화, 복장 자율화 등을 도입하며 대대적인 기업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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