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억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해 신산업 선도 전략을 제시하는 ‘특허 빅데이터 기반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 전략’이 본격 닻을 올렸다. 정부는 민간과 적극 협력해 특허 심사의 질을 높이는 한편 지식재산을 사업으로 연결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회 지식재산 전략협의회에서 “특허는 시장 경제의 상태가 좋을 때 방한복처럼 거추장스러운 존재일지 모르지만, 역으로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추위를 막아주는 아주 긴요한 존재”라며 “우리 경제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지식재산(IP)이라는 배타적 권리로 무장하고 세계에서 우리의 영역을 지키고 또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허청은 올해 지식재산 전략 협의회를 발족하고, 대한민국이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혁신성장을 이루는 원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특허청은 공학한림원과 손을 잡고 5명의 공동위원을 중심으로 산업계와 학계, 법조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 100여명이 참여한 지식재산 전략 협의회를 발족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 또한 4가지 비전과 53개 세부 전략을 세워 혁신성장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협의회는 지식재산에 바탕한 산업·기술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인다. 우선 산업별 시장·산업 조사와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량 진단으로 유망 기술을 도출해 정부나 민간 연구개발(R&D) 전략과 함께 인력양성, 규제 완화 등 산업육성 전략도 수립하기로 했다. 이는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특정 산업 분야(LCD·조선)의 특허 출원량이 경쟁국에 의해 역전되면 7년 정도 지난 후 시장점유율에서도 추월당한 경험에 기반한 결정이다. 실제로 이날 협의회에서는 애플이나 페이스북 등은 이미 마이크로LED 분야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한국 기업들은 아직 OELD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또한 특허와 연계한 제품 혁신과 기술개발 확산 전략을 수립, 시행한다. 모태펀드와 민간 자금을 활용해 2023년까지 1조1,000억원 규모의 지식재산 기반 중소·벤처기업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유망 분야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력을 겸비한 스타트업을 매년 10개 선정해 패키지로 지원하는 ‘스타트업 IP 빅뱅 프로젝트’도 시작된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특허 우선 심사 신청료를 70%(20만원→6만원) 감면하고, 중소기업 특허비용 부담완화를 위한 세제 개편도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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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는 특허심사 투입시간 적정화와 심사 방식 혁신 등으로 고품질 지식재산 심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힘을 기울인다.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제도와 집행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지식재산 제도 정비도 추진한다. 빅데이터 보호 강화, 증강·가상현실에서의 디자인 보호, 3D 프린팅 데이터 무단전송 방지 등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지식재산 제도 개선에 팔을 걷어 붙이기로 했다.
지식재산 시장 활성화를 통해 지식재산 활용을 확산하는 일도 풀어가야 할 과제다. 정부는 우선 국내 기업이 지식재산 구매 비율이 낮다는 점에 착안해 민관 공동의 지식재산 거래 플랫폼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지식재산권이 기업의 재산으로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지식재산 금융시장을 확대하고 전 은행권에서 지식재산 담보대출을 취급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간다.
특허청은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을 지키는 업무에도 협의회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갈 계획이다. 한류에 편승해 모방상품을 유통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현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갖추고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를 확대해 해외 현지에서의 지재권 보호 지원도 강화하는 등의 세부 계획이 마련됐다.
이날 협의회의 일원으로 참석한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상임고문은 “(자사가 보유한) 특허에 대해 침해한 강대국에 대적해 활용하기 어려워 내부에서는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라고들 한다”며 “해외에 출원한 특허를 효율적으로 경쟁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느냐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임혜숙 이화여대 공대 학장은 “특허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어도 사업화에 대한 정보 등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며 “다양한 사업화 성공모델을 발굴해 일선 대학교수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박 청장은 “이번에 발표한 혁신 전략은 오랜 고민과 토론의 소중한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지식재산전략 협의회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혁신전략의 세부계획을 실행해 나가는데 반영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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