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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대주주 자구안 없을 땐 법정관리 불가피

웅진에너지 태양광에 발목

6년전 기업회생절차 여파 여전

코웨이 인수로 자금여력도 없어

웅진에너지(103130)의 의견 거절은 시장에서 예상이 돼 있었다. 효자상품이던 잉곳 가격 하락으로 매출보다 원가가 더 나가는 악순환의 상황이었다. 비용 절감 등 자구노력을 기울였지만, 중국에서 시작된 가격 하락 추세는 견딜 수 없다는 게 외부감사인은 물론 웅진(016880)그룹의 시각이다. 계속기업으로서 가치를 유지하려면 대주주 증자 등은 불가피했지만, 웅진의 여력은 없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 된다면 웅진에너지의 법정관리도 불가피하다. 웅진에너지를 매각해 코웨이 지분 추가 인수에 활용하려던 웅진그룹의 계획도 일단 어려워졌다.

웅진에너지가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된 주식과 채권 등의 거래는 바로 정지가 되며, 웅진그룹의 신청에 따라 1년간 상장폐지는 유예될 수도 있다. 그룹은 이 기간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 등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27일 “현 시장 상황에 비춰 그룹차원에서 추가적인 지원은 어려우며 가격 하락세에 맞설 수도 없다”며 “우선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건설업계의 지급보증과 같은 리스크가 없는 상황이라 과거 극동건설 사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도 “그룹은 지난 2014년부터 웅진에너지에 투자했던 금액 700억원 가량에 대한 손실과 소속 직원들의 고용 문제 등을 마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웅진에너지에 투자한 이들의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회사채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기관투자자와 다르게 상장폐지로 갈 경우 개인은 원금 상환 약관이 걸려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에너지는 이미 2013년 한 차례 법정관리를 겪은 바 있는데, 이로 인해 회사채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대규모 차입부담을 지고 있었다. 2011년 12월 웅진에너지는 우리투자증권(현NH투자증권)을 통해 1,200억 원의 BW를 팔았으며 이 중 600억원은 신협, 단위농협 등 기관, 나머지는 개인에게 배정됐다. 이후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회사채는 거래 정지됐고, 당시 투자자들은 10%는 현금상환, 90%는 출자전환이나 CB로 변경해 현재까지 들고 있다. 이 중 일부 CB의 만기가 2019년 12월 19일이다.

웅진 에너지는 주력상품이던 잉곳에서 웨이퍼로 매출처를 다변화했고 거래처 부도 위험을 막기 위해 채권관리 규정을 강화했다. 원료인 폴리실리콘 구매 단가도 낮췄다. 그러나 전반적인 업황 악화로 2018년 하반기부터 가동률을 크게 낮춘 반면 판매가 하락과 고정비 부담이 늘면서 매출은 2017년 2,431억원에서 2018년 1,658억원으로 줄었고 3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560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2018년의 대규모 손실을 자기자본에 반영하면 부채비율은 2017년 말 208% 수준에서 2018년 말 242%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웅진 에너지는 2018년 말 기준 1년 이내 만기 도래 차입규모가 약 1,100억 원이고, 장기성 차입으로 분류됐던 442억원의 전환사채도 풋옵션 행사기간이 연내 도래하고 있다”면서 “연 100억원의 이자 납입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부 감사인은 21일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넘긴 후 27일까지 웅진그룹 측에 웅진에너지 지원 방안을 요구했지만, 웅진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1년 이내 마련할 회생 방안 역시 주요 채권자와 투자자의 희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중장기로는 웅진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웅진에너지 매각 대금으로 코웨이 인수로 인한 부담을 일부 덜겠다는 계획이 무산됐고, 자회사 지원을 거절할 만큼 그룹의 재무상황이 나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웅진그룹에 코웨이 인수에 대한 세부 정보를 요구했으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열어뒀다.

/임세원·이수민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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