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올해부터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자 국민의 가장 큰 노후 기반인 국민연금 재정수지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인구 자연 감소 시점이 예상보다 10년이나 앞당겨지면서 일해서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인구는 줄고 연금을 받아갈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재정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정부가 연금체계 개편에 책임감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토론회에서 정부가 제안한 연금 개편안을 언급하며 “정부는 단일안이 아닌 다수의 안들을 제안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연금 개편 문제를 이해당사자들에게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정부는 △현행유지 △기초연금 인상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동시 인상안 2개 등 총 4개의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4가지 모두가 뉴노멀 시대에서도 작동 가능한 노후소득보장제도 구축을 서두르는 국제동향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수급액은 줄이면서 재정 안정을 추구하는 선진국의 추세와는 달리 당장 국민의 반발을 우려해 소득대체율 인상에 방점을 둔 개편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윤 위원은 “지난 2007년 연금개혁 당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참여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라며 “무엇보다 4가지나 되는 정부 개편안에 전문가들이 제안한 연금 개편안이 빠져 있다는 사실은 역사적 평가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국민연금은 60~64세의 근로 의지를 꺾고 있어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도형 명지대 교수는 “60대의 대부분이 일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고 근로 의욕도 높지만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60~64세 연금수급자가 일정 소득 이상을 벌면 연금을 깎고 있다”며 “건강한 노년층의 노동 공급 의지를 꺾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경우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은 대학등록금 인상이 오히려 사회의 생산성과 평균 임금을 감소시켰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이 교수는 “대학등록금이 낮아지면서 기존 고졸자로 취업했던 노동 인력이 대졸자로 들어오게 됐다”며 “우수 고졸 인력이 대학등록금 인하에 따라 대졸자로 전환되면서 고졸자 평균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평균 임금도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보다 많은 수의 고졸 인력들이 대졸자로 편입되면서 대졸자의 평균 생산성 또한 떨어지고 대졸자의 평균 임금도 낮아지게 됐다”며 “대학교육비 하락으로 효용이 증가하는 사람은 인구의 3.6%에 불과하지만 효용이 감소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96.4%”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교수는 “모의실험이 매우 정교한 실증 분석에 기초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학등록금 인하 시 부작용의 가능성에 대해 정책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윤·빈난새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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