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다면 비상경영위원회에 참여하겠지만 특별히 역할을 맡지는 않을 것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전격적인 퇴진 이후 장남인 박세창(사진) 아시아나IDT 사장은 몸을 낮췄다.
29일 아시아나IDT 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난 박 사장은 “아버지께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진정성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그룹의 일원으로서 같이 걱정하고 있지만 제가 맡은 일은 아시아나IDT의 사장”이라며 “특별히 그룹에서 역할을 더 맡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룹의 비상경영체제에 대해서는 “비상경영위원회에 그룹 사장단 일부가 들어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참여할 것”이라고 박 사장은 말했다. 다만 “만약 제가 (그룹 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면 각오는 돼 있다”고도 말해 적극적 행보 가능성은 열어뒀다.
박 회장의 퇴진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이 이슈가 됐던 아시아나항공의 주총은 곽 변호사가 사외이사 후보에서 사퇴하며 대부분의 안건이 회사 측의 제안대로 마무리됐다. 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퇴진으로 양상이 바뀐 한진칼의 주총은 조 회장이 사내이사를 유지하며 끝났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을 겨냥해 사내이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주주제안을 했지만 부결됐다. 법원에서 한진칼의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판결한 2대 주주 KCGI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표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앞으로도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조 회장과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돼 한진칼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며 경영권을 잃게 됐다. 보유 지분 또한 전량 소각돼 조남호 회장이 30년간 지배하던 한진중공업은 채권단 체제로 완전히 넘어갔다. 한진중공업은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병모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산학협력교수를 새 대표로 선임했다. 앞서 한진중공업 이사회가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하지 않은 조남호 회장은 이번 주총을 끝으로 한진중공업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남호 회장이 최대주주(46.5%)로 있는 한진중공업홀딩스 아래에는 사실상 도시가스 부문(대륜 E&S)과 발전·전기(별내에너지) 부문, 레저 부문(솔모로CC)만 남게 된다.
KT 주총에서도 재무제표 등 상정된 5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과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새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인 유희열 부산대 석좌교수와 글로벌 거시경제 전문가인 성태윤 연세대 상경대학 교수는 사외이사로 참여한다. 황창규 KT 회장은 “내년 주총까지 1년여 남은 임기 동안 공정하고 투명한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한신·박시진·임진혁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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