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방탄소년단(BTS)을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 그 진정성에 있다. BTS의 팬클럽 ‘아미’는 자신의 우상이 전파하는 ‘소셜 코드’를 지침 삼아 단단한 결속력을 가졌고 입소문으로 그들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BTS는 팬클럽 ‘아미’에게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영웅이자, 방탄막이 되어주는 친구로서 오늘날 청춘들의 고민을 노래로 만들고 위로를 건넨다. 빌보드 시상식 직후에도 BTS는 주최측이 마련한 애프터 파티에 가지 않고, 숙소로 돌아와 카메라를 켜고 실시간으로 전세계 ‘아미’들과 축하 파티를 열었다. 팬 덕에 언어의 장벽을 넘어 더 많은 팬을 확보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그야말로 풀뿌리 운동처럼, 팬층을 쌓아 오늘날의 BTS를 만들었다.”
BTS의 성공비결을 ‘진정성’으로 풀이했던 마케팅전문가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새 책 ‘진정성 마케팅’을 출간했다. ‘라네즈’, ‘BC카드’, ‘칠성사이다’ 등 다양한 브랜드를 담당해 히트 광고를 만든 박선미 대홍기획 통합캠페인 본부장과 공저로 쓴 책이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나 정보기술에 능통하고 대학 진학률이 높은 세대)와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나 유행에 민감한 세대)의 검증되지 않은 소비 행태를 좇다 보니 ‘인플루언서 마케팅’, ‘디지털 마케팅’ 같은 편법이 횡행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저자들은 요즘 소비자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이들 ‘더 젊은’ 세대는 가성비보다는 가격 대비 심리·정서적 만족감을 뜻하는 가심비를 더 따진다. 기업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하고, 정보를 확인해 제품의 장단점을 따지고 문제를 발견하면 즉시 이의를 제기하고 불매 운동을 벌인다. 속일 수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마케팅은 일종의 사기다’라고 여겨 반응하지 않으니 기존의 마케팅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책은 소비자 인식을 극복하려면 “진정성으로 소통하는 자세”가 유일한 돌파구임을 강조한다.
스토리텔링이 강조된다고 해서 이야기를 꾸며내서는 안 된다. 역사가 곧 스토리가 돼야 한다. 122년 전통의 ‘부채표 활명수’가 그렇다. 고종 황제의 약사가 쓰던 궁중 생약의 비방에 서양의학을 더해 만들어진 ‘활명수’는 이름부터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을 담았다. 독립운동을 도와 나라를 구했고 만병통치약으로 전 국민의 아픈 배를 쓸어주었다.
정직보다 거짓이 더 위험하기에 자신의 약점일지라도 정직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 설령 그것이 마케터의 본성을 거스르는 일일지라도. 영국 사람들이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 ‘마마이트(Marmite)’는 이스트 추출물을 농축해 만들어 비타민 함유량과 영양에도 불구하고 냄새가 고약하다. 이 회사는 수유 중인 엄마가 마마이트 바른 빵을 먹는 바람에 안겨있는 아기가 엄마 얼굴에 모유를 내뿜는 모습의 광고를 전 세계에 퍼뜨렸다. 냄새 나는 단점을 솔직히 시인한 것이 호감도를 끌어 올렸다. 국내의 한 네티즌은 “전자제품은 홈플러스가 제일 싸다”고 트위터에 썼더니 홈플러스 담당자가 “아닙니다.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최저가를 검색하세요”라고 답글을 올려 ‘홈플러스의 패기’라는 글이 인기를 얻은 사례가 있다. 저자는 “누군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면 신뢰가 높아지고, 댓글도 호평 일색이면 오히려 의심받는다”고 조언한다.
사회적 이슈에 반응하는 ‘개념있고 의식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BTS의 경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1억원을 기부하고, 유니세프와 손잡고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을 펼치는 등 정치에 무심하지 않고 금기에도 입을 열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이 옷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로 눈길을 끌었다. 버려지는 옷이 환경을 파괴하니 새 옷을 구입하지 말고 입던 옷을 일년 더 입으라는 뜻이었다. 파타고니아는 ‘착한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롯데그룹의 경우 남성육아휴직을 의무화했고 ‘워킹 대디(Working Daddy)’를 내세운 캠페인으로 시대정신에 동참했다.
이 외에도 책은 서브컬처를 표방하는 쿨한 브랜드, 친절하고 따뜻한 휴먼 브랜드, 유머와 공감으로 소통하는 수다쟁이 브랜드에 담긴 진정성을 소개한다.
표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멋지고 혹하는 제목들이 여럿 있었으나 책 내용과 그 본질에 충실해 수더분하다 못해 촌스럽기까지 한 ‘진정성 마케팅’으로 최종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1만6,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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