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성들 중에 ‘소극적 완벽주의’를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늦잠 때문에 지각할 것 같으면 아예 결석해버리거나, 일기장 한 권을 아기자기하게 채울 수 없을 것 같으면 쓰는 것조차 시작하지 않는 식이다. 책은 게으름의 핑계거리 같은 이 같은 행동을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쏘아붙인다.
저자는 그 시작이 “놀이터에서 남자아이들이 땀과 흙 범벅이 될 때 여자아이들은 예쁜 리본이, 드레스가 망가질까봐 옷 매무새를 고쳐주는 것부터”라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법조계, 금융계에서 최고의 위치에까지 올랐던 저자가 솔직하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백하며, 진정한 성취감을 느낀 것은 상대의 기분을 맞출 줄 아는 완벽한 여성으로 살 때가 아니라 의회 진출 실패를 경험하고서였다고 털어놓는다. 책은 착한 아이, 예쁜 아이, 예의 바르고 우아한 여성을 강요하는 침묵의 억압을 멈추라고, 이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처음으로 정답의 틀을 깨뜨리고 맛본 실패의 짜릿함 이후 ‘걸스 후 코드(Girls Who Code)’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소녀들의 다양한 사회 분야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1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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