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매출액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D램 고정거래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세 달 연속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로 전망했던 메모리 반도체 시황 반등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인위적인 공급과잉 해소에 나서고 있어 하락폭이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월 D램 고정거래가격은 개당(DDR4 8Gb 기준) 4.56달러로 전월 대비 11.11% 하락했다. 특히 D램 가격은 지난 1월 -17.24%, 2월 -14.50%에 이어 세 달 연속 두 자릿수 이상 빠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3개월 단위의 공급계약인 고정거래가격은 매 분기 첫 달을 제외하고는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격하게 빠지면서 고객사들이 단기계약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하며 가격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질 때는 고객사들이 한 달에 두 번도 가격협상을 한다”고 말했다. 낸드 가격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3월 낸드 가격은 개당(128Gb MLC 기준) 4.11달러로 전월 대비 2.61% 내렸다. 전달(-6.64%)보다 낙폭이 줄기는 했지만 4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 하락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미 예상한 수준이어서 반도체 업계와 시장의 반응은 덤덤하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가격은 빠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낙폭이 예상 범위 수준이라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추가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D램과 낸드 모두 생산량을 5% 줄이겠다고 발표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공급 과잉 해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인포메이션네트워크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29.1% 감소하면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전체 매출액이 645억달러에 그쳐 전년 대비 17%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감안 하면 공급 과잉은 점차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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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조만간 바닥을 확인한다 해도 반등 시기는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이달까지 세 달 연속 두 자릿수 이상 하락하는 등 계속해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은 27일 D램 반도체 시장의 가격 하락이 올 3·4분기까지 계속되고 올해 글로벌 D램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2% 감소한 770억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하반기에 낙폭 축소는 가능하겠지만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업황 회복은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 시황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1·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최근 ‘어닝쇼크’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삼성전자는 26일 “메모리 사업 환경 약세로 1·4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밑돌 것”이라며 “메모리 사업의 주요 제품 가격 하락폭이 전망보다 일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고병기·박효정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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