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국내 주식시장의 ‘모멘텀 실종’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그나마 간간이 활력을 불어넣던 남북 경제협력, 바이오 등의 테마주 역시 동력을 잃고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식 투자를 고려한다면 음·식료, 의복 등 ‘경기 둔화에도 줄일 수 없는’ 소비재 관련, 무역분쟁으로 입은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돈을 풀고 있는 중국 관련 종목으로 당분간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배당이 높은 종목과 펀드,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을 주목하는 것도 유효한 투자 전략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지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 영향으로 중국의 금융과 경제지표는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중국의 광공업 생산과 수출 증가율은 하락하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위축됐으나 이는 과거 무역분쟁과 춘절의 조업 중단 영향 탓”이라며 “중국 정부의 부양책으로 고정자산과 외국인 직접투자 등 투자 관련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무역분쟁과 부양책의 효과가 혼재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여지가 아직 크다는 의미다. 이달 삼성증권이 개최한 해외주식 컨퍼런스를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친 페이징 중국 중신증권 수석연구원 역시 “(정부 정책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내 중국 A주의 비중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의 주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 같은 분위기에 가장 먼저 화답한 것은 중국 소비주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미중 무역분쟁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치명타를 입었으나 지난해 들어 시작된 약세장에서는 오히려 ‘나홀로 상승’으로 돋보이고 있다. 호텔신라와 신세계 등 대표적인 중국 소비주인 면세점주는 올해 들어 현재(이하 28일 기준)까지 22.6%, 29,3%씩 주가가 크게 올랐다. LG생활건강(26.79%), 코스맥스(14.2%), 에이블씨엔씨(14.7%), 한국콜마(9.9%) 등 화장품주 역시 오르막길을 걸었다.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의 매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중국 소비심리의 호전은 화장품주에 호재다.
음·식료품, 의복 등 필수소비재 역시 오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소비 심리 위축으로 하락 폭이 가팔랐던 KRX필수소비재 지수는 올해 들어 5.6%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코스피와 코스닥 우량주 300개 종목을 혼합해 만든 KRX300의 상승률(4.6%)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IT와 바이오·헬스케어 비중이 높아 외국인의 매수가 유입될 때는 유리하지만 외국인이 ‘팔자’에 나설 경우 외려 KRX300이 불리한 만큼 이런 역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무려 90%를 넘는 상승률을 보인 국내 의류업체 F&F를 비롯해 돋보이는 해외 성과로 시가총액 4조5,000억원을 넘긴 휠라코리아(39.2%), 한세실업(39.8%), 한섬(22.5%) 등 섬유·의복주도 최근 강세다. 롯데칠성(27.9%), CJ프레시웨이(25.7%), 풀무원(25%), SPC삼립(7.5%) 등 음·식료품주의 상승세 역시 눈에 띈다.
펀드에서도 이런 경향이 확인된다. 현지 증시 강세에 힘입어 중국 펀드의 3개월 평균수익률은 21.2%로 글로벌신흥국(11.3%), 브릭스(12.5%), 베트남(6.9%) 등 신흥국과 함께 높은 편이다. 테마별로는 컨슈머(소비재)와 럭셔리(고급) 펀드의 3개월 평균수익률이 각각 14.7%, 17.2%로 다른 테마보다 비교적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배당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고정적인 배당과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는 투자처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2015년까지 코스피가 박스권에 갖혀있을 때 배당주의 성과가 양호했다”며 “전 세계적 완화적 통화정책이 한국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배당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당주 펀드 수익률 역시 최근 3개월 평균수익률이 6.93%로 양호한 흐름이다.
주주환원에 대한 기업들 인식이 바뀌고 있는 점도 배당주 투자에 긍정적이다.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들의 적극적 주주활동 등으로 기업의 현금 활용에 대한 주주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코스피가 약세일 때 대신 코스닥에 단기적으로 돈을 넣는 외국인의 투자 ‘관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낮은 금리는 중소형주와 기술주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수급환경을 제공한다”며 “코스닥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옥석가리기를 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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