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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인구가 줄면 어떻게 되길래





28일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 특별추계’는 초저출산 시대를 겪는 우리나라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최악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한국의 인구가 감소하고 합계출산율도 2022년 0.72명으로 바닥을 찍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죠. 현재 우리의 저출산 기조는 불과 3년 전인 지난 2016년 인구 추계에서 가정했던 최악의 상황보다도 더 나빠졌습니다. 보통 5년 주기로 진행되던 장래인구 추계를 2년 앞당겨 특별 추계 형식으로 발표한 것은 통계청의 예상보다 출산율이 훨씬 빠르게 급락하면서 추계 오차가 커진 탓이죠. 대체 우리의 상황은 얼마나 심각하고 또 어떤 문제들을 불러올 수 있는 걸까요.



우리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98명. 홍콩이나 마카오 등 도시 국가를 제외하면 합계 출산율이 1.0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전 세계 최초죠. 인구학자들은 합계출산율 1.0명을 절대 깨어지지 않을 수치라고 분석해왔습니다.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국가의 지원이 있다면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한 명의 아기는 낳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인구학자들의 상식을 산산조각 낼 정도였던 거죠.

통계청의 예상도 가볍게 뛰어넘었습니다. 통계청은 출산율과 기대수명, 국제 순이동이 얼마나 될지를 따져 저위부터 중위·고위까지 총 3가지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인구 추계 자료를 공표해 왔죠. 지난 2016년 통계청이 최악을 가정해 계산했던 저위 추계에서 2018년 합계출산율은 1.13명이었습니다. 실제 합계출산율과 0.15명 차이가 나는 수치죠. 이 말은 이번에 특별 추계 형식으로 나온 통계청의 인구 추계 역시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나쁜 쪽으로 말이죠. 통계청은 저위 추계로 합계출산율이 올해 0.87명에서 하락을 거듭하다 2022년 0.72명으로 고꾸라진다고 예상했습니다. 도시 국가들을 포함해도 합계 출산율이 0.8명 아래로 내려간 곳은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죠. 만약 앞으로 저출산 기조가 심해지거나 예상치 못한 인구 감소 요인이 더 발생한다면 이번에 예상한 저위 추계 또는 그보다 심각한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합계 출산율이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면서 총 인구가 감소하는 시점도 앞당겨졌습니다. 저위 추계로 살펴보면 올해 5,165만4,000명이었던 우리나라의 총 인구는 내년 5,164만4,000명으로 줄게 되죠. 2067년에는 3,365만명까지 줄어드는데 이는 1972년 총인구 수준입니다.

인구 감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출생아 수가 많을 때는 ‘피라미드’ 형태였던 구조가 중간 연령대가 많은 다이아몬드를 거쳐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해가고 있죠. 당장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 돼주는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2년 전 3,757만2,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급감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감소세가 두드러지죠. 통계청이 실현 가능성을 가장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중위 추계 기준으로 향후 10년 동안 250만명 감소하고 2067년에는 1,784만2,000명을 기록하며 현재의 절반 아래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함께 추락하죠. 2017년 기준 73.2%였던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중위 추계로 2056년 49.9%로 내려가고 2067년에는 45.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17년 706만7,000명이었던 고령인구는 2033년까지 2배로 급증하죠. 2050년에는 1,900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하지만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증가할 예정입니다. 2065년에는 고령인구가 1,857만명으로 생산연령인구(1,850만3,000명)를 추월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죠.





이렇게 한창 일할 나이의 인구는 급감하고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 어떻게 될까요. 성인 1명이 져야 할 부양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야 성인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50년 후에는 성인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되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성인 1인당 노인 부양 부담이 가장 무거워지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추세라면 부양 부담이 천문학적으로 커지면서 세대 간 갈등이 지금보다도 더 심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의 재정적자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양 부담까지 급증하면 젊은이 1명이 내야 할 세금과 보험료가 늘어나는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죠.

그 뿐일까요. 인구 구조의 변화는 경제에도 타격이 큽니다. 일을 할 수 있는 청년이 줄면서 국가 전체의 노동 생산성이 감소하고 내수 시장은 축소되죠. 민간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 일이 발생합니다. ‘생산→소비→투자’라는 톱니바퀴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죠.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급격한 고령화로 경제성장률은 2000~2015년 연평균 3.9%에서 2016∼2025년 1.9%로 떨어지고 2026∼2035년 0.4%까지 주저 앉습니다. 이대로라면 10년 뒤 0%대 성장을 겪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된 저출산 예산만 해도 143조원에 달하니까요. 최근 3년 동안만 연 평균 21조원이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쓰였지만 합계출산율은 도리어 급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현금 살포성 지원책이 주를 이루는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842개 사업에 8,992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는데 80% 이상인 7,000억원이 양육수당이나 출산장려금과 같은 현금지원책이었죠.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금까지 출산정책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전향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며 “상당 부분 아이를 가지면 지원하는 형식인데 보육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저출산 문제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어떤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는 급한대로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다음달 출범하기로 했습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이 팀장을 맡고 관계부처와 연구기관을 고용반·재정반 등 9개 작업반으로 나눠 구성할 예정이죠. 각각의 부처와 기관들은 정책과제를 발굴해 오는 6월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상정할 계획입니다.

출산·양육 부담 경감, 남성 육아 참여 및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뿐 아니라 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 강화, 청년 채용 기업 및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인센티브 제공 등의 일자리·주거대책도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고령사회(노령인구 비율 14%)에 대비해 노후보장소득체계 내실화, 노인 일자리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고령자 복지주택 지원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죠.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금 지원도 물론 중요한 정책이지만 이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아이를 낳지 않는 이들 중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해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독려할 수 있는 정책적 개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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