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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IFE, 세상을 바꾸는 우리] "세바우·클린올레·그린자판기...자원순환 3축, 사회적 자본 되길"

■자원순환 싹 틔우는 제주올레의 실험

커피점 "우리도 환경보전 책임"

세바우컵 반납 적극적 독려

관광객들 참여도 점차 늘어

페트병·캔 모으면 포인트 적립

"그린자판기 올레길 전역 설치"

지난 25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올레여행자센터 앞에서 미국에서 온 부부인 에드 매카시(왼쪽)씨와 보니 도일씨가 아들 조니 매카시군과 함께 세바우컵을 들고 미소를 보이고 있다. /제주=권욱기자




제주도 서귀포시에 자리한 카페 ‘메이비’를 운영하는 이혜연(42)씨는 3월 제주올레가 세바우 캠페인에 참여할 카페 모집 공고를 내자마자 지원했다. 이씨는 “세바우 캠페인은 참여를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테이크아웃컵을 제공하는 점주들도 환경보전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참여 동기를 밝혔다.

이씨는 제주 토박이다. 10년 동안 서귀포에서 줄곧 메이비를 지켰다. 이씨는 “10년 동안 카페를 운영하면서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남기는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감한다”며 “지난해 8월 환경부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는 경우에만 플라스틱컵이나 일회용컵을 쓸 수 있게 한 ‘자원순환 기본계획’이 시행되기 전부터 실내에서 머그컵을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회용컵 사용량 자체를 줄이기는 힘들었다. 제주도의 경우 관광객이 많아 서울처럼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이씨는 “제주는 관광객이 많아 지난해 자원순환 기본계획이 나온 후에도 텀블러를 쓰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며 “테이크아웃컵이라도 재활용이 원활했으면 좋겠는데 세바우 종이컵을 접하게 돼 너무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제주올레길 5코스에는 ‘와랑와랑’이라는 카페가 있다.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지만 감귤스무디나 영귤에이드 등 자체적으로 개발한 메뉴로 관광객 사이에 인기가 많다. 더구나 주변의 목가적인 풍경이 어우러져 데이트 명소로도 꼽히는 곳이다. 한두 시간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손님이 많다 보니 주문 수량 100잔 중 5잔 정도만 테이크아웃으로 나간다. 그럼에도 이번 세바우 캠페인에 신청한 이유는 간단하다. 와랑와랑을 운영하는 허경민(44)씨는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고 제주도가 섬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는 만큼 절대적인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우리 카페에서 세바우컵을 갖고 다시 길을 나선 고객들이 다음 카페의 종이컵 수거함에 컵을 잘 모으고 이렇게 모인 컵들이 재활용되면 우리의 작은 실천이 제주의 자연을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지난 25일과 26일 제주 현지를 다니면서 만난 제주도민이나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제주도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이 원활하게 이뤄졌으면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 때문에 제주도가 쓰레기 처리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다. 세바우 캠페인은 음료 한 잔 마시는 사소한 행위에서 환경부터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관광객이 올레길 인근에 자리한 세바우 참여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을 때 받게 되는 용기는 매장 내에서는 머그잔, 매장 밖으로 이동해야 할 경우에는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컵을 받는다. 세계 최초로 친환경 식품포장용지 기술을 개발한 리페이퍼가 생산하는 이 컵은 값싼 중국산 원지를 사용하는 ‘이름만 종이’인 기존의 폴리에틸렌(PE) 종이컵과 달리 100% 재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종이컵은 내수성을 부여하기 위해 PE 코팅 처리를 하는데 이 경우 코팅을 분리하기 어려워 자연에서 온 원료인 종이를 그대로 버리게 된다. 땅속에 묻어도 완전히 분해되는 데 30년 이상 소요되며 태워도 유해가스가 배출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지난 25일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카페 메이비에서 주인 이혜연(왼쪽)씨가 고객에게 세바우컵으로 음료를 전달하고 있다. /제주=권욱기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폴리유산(PLA·Poly Lactic Acid) 코팅을 한 생분해성 컵이 최근 등장했지만 내열성이 부족해 전자레인지나 오븐 사용이 어려운데다 컵 전체를 하나의 소재로 통일하기 어려워 재활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특수 코팅제를 입힌 리페이퍼의 컵은 PE·PLA 컵의 단점을 모두 극복해 원지를 100% 재활용할 수 있으며 생활폐기물로 버려져도 이르면 3개월 이내 분해(퇴비화)되기 때문에 환경부의 ‘포장의 환경성 높인 한국산업표준 8종’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내열성까지 우수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캠페인 참여 카페에는 수거함을 매장 안에 비치해 컵 반납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각 카페의 컵은 제주도 내 재활용 도움센터에서 모은 후 제지 생산공장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컵은 별도 처리를 거쳐 재생 원지로 재탄생하고 원지는 훗날 고급 화장지나 복사지 등으로 변신해 다시 소비자를 만나게 된다. 특히 이번 캠페인을 위해 별도 제작하는 컵은 국내 제지 업계 1위인 한솔제지의 고급 원지를 사용하면서 생산부터 폐기·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자원순환 시스템이 모범적으로 구축됐다는 평가다.

제주올레를 걷는 관광객 사이에서는 자원순환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는 게 세바우 참여 카페 점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제주올레여행자센터 1층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방성향(38)씨는 “올레길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은 ‘길가에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찬 음료의 경우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빨대를 같이 제공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손님이 ‘그냥 입으로 마셔도 된다’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절제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인상 깊다”며 웃어 보였다. 방씨는 “이번 캠페인에 나서면서 카페 안에 세바우컵과 홍보물을 비치했는데 ‘이거 뭐냐’며 물어보시는 등 반응이 무척 뜨겁다”며 “날이 더워지면서 찬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분들이 늘어날 텐데 플라스틱컵 대신 세바우컵을 권하면 불편해하는 손님들도 있겠지만 환경보전을 위해 100% 재활용 종이컵을 사용하자는 제안을 드려야겠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난 미국인 에드 매카시(33)씨는 “오늘 아침에 스타벅스를 갔는데 테이크아웃에만 일회용컵을 제공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다”며 “미국에서는 그런 정책이 없는데 한국에서는 일회용품 규제를 하고 있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중국 상하이에서는 재활용에 대한 인식은 물론 실천 활동도 미약한 편”이라며 “제주도라는 아름다운 섬에서 시작한 세바우 캠페인처럼 시민으로부터 시작해 기업체나 정부 단위로 넓혀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올레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세바우 캠페인을 비롯해 이미 실천적인 환경운동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클린올레’ ‘그린자판기’ 등 자원순환 캠페인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클린올레는 올레길의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까지 도모하기 위해 제주올레에서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이다. 클린올레 활동을 하며 쓰레기를 모은 후 제주도의 재활용시설인 ‘클린하우스’에서 분리·수거하는 방식이다.

26일 오전 클린올레 캠페인에서 만난 김중길(61)씨는 “2013년 클린올레가 시작되고 나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캠페인에 참여했다”며 “클린올레 캠페인 이후로 올레길에 쓰레기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현무암 틈에 쑤셔 넣은 종이컵이나 담배꽁초, 현지인이 길가에 버린 염화비닐수지(PVC) 파이프 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6일 제주 서귀포시 주상절리 앞에서 고등학생 두 명이 ‘그린자판기’에 페트병을 집어넣고 있다. /제주=권욱기자


클린올레 캠페인에 참여하는 관광객 중에는 오래전부터 제주올레를 애용했던 이들이 많다. 이날 만난 홍경실(72)씨도 그중 한 명이다. 홍씨는 “제주올레에서는 오래전부터 1,0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진행할 때도 일회용품 식기를 무조건 쓰지 못하게끔 했다”며 “이와 같은 소소한 활동이 모이다 보니 참여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올레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자원회수 로봇인 그린자판기를 주상절리·쇠소깍·사려니숲길·외돌개 등 4곳에 설치·운영하고 있다. 그린자판기에 페트병이나 캔을 집어넣은 후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번호로 현금성 포인트가 적립되는 방식이다. 클린올레에서 수거한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그린자판기에 모인 재활용 쓰레기는 클린하우스로 이동한다. 충북 청주 산남고에서 제주로 수학여행을 왔다는 이수연(16)양은 주상절리에서 그린자판기를 써본 후 “그린자판기라는 것을 육지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삼다수 병이나 캔이 들어가 포인트로 적립되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제주올레는 오는 9월에는 그린자판기에 종이도 집어넣을 수 있게 해 세바우컵의 재활용에도 힘을 모을 방침이다. 아울러 올레길 전역에 그린자판기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2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올레길7코스에서 클린올레 자원봉사자들이 ‘세바우’컵을 들고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제주=권욱기자


이처럼 제주올레가 세바우와 클린올레·그린자판기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1인당 생활폐기물량이 전국 1위 수준일 정도로 제주도의 쓰레기 배출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간 관광객이 1,500만명에 달하다 보니 쓰레기를 두고 외지인과 도민 사이의 ‘책임소재’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홍씨는 “외지인들에게 반딧불이가 나오는 곳을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동네 사람들이 관광객들의 ‘자연훼손’ 우려에 대해 상당히 민감해하고 있다”며 “쓰레기를 두고서도 외부인과 도민들 사이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안은주 제주올레 상임이사는 “클린올레 캠페인의 경우 ‘먼저 줍는 사람’을 보면서 ‘먼저 줍지 않는 사람’의 의식을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서울경제와 함께하는 세바우 캠페인을 통해 환경단체 등 강한 목적성을 지닌 일부 층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제주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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