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최고 수백억대 돈방석에 오른 상장사 임직원이 속출했다. 이들은 지난해 주가 상승기에 차익을 실현해 여느 대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보다 더 많은 보수를 챙겼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상장사가 늘어나면서 회사 성장의 과실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성철 에이치엘비(028300)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직원 5명이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로만 약 66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철 대표가 265억4,000만원을 신고했고 김하용 대표(172억1,600만원), 알렉스 김 이사(146억1,600만원), 홍현실 부장(63억8,900만원), 이근식 이사(12억6,500만원) 등도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이들은 지난 2014년 11월 주당 8,202원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는데, 지난해 하반기 에이치엘비 주가가 주당 8만9,400~11만5,800원일 때 이를 팔아 주식 대박을 쳤다.
이처럼 2018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공개된 총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임직원 명단에는 유독 스톡옵션 대박을 친 사례가 많았다. 박신정 더블유게임즈(192080) 부사장은 2,560원에 행사 가능한 주식 37만3,347주를 6만3,000원일 때 팔아 225억6,500만원의 스톡옵션 차익을 챙겼다. NHN한국사이버결제(060250)의 박준석 부사장과 정승규 부사장도 지난해 1월과 10월, 총 3회에 걸쳐 스톡옵션 행사로 34억4,300만원식의 수익을 올렸다.
스톡옵션 대박 사례는 바이오 업체에서 많았다. 코스닥업체 지엘팜텍(204840)의 이애경 상무와 송우현 팀장은 스톡옵션 행사차익만 20억원을 훌쩍 넘겼다. 제넥신(095700)에서는 이상춘 전문위원, 이성희·박재찬 부사장 등이 급여는 1억원대에 그쳤지만 스톡옵션만으로 10억원대 보수를 기록했다. 파미셀(005690)에서도 김성래 전 대표와 이경호 사외이사가 10억원대 주가 차익을 기록했다. 코넥스 시가총액 2위 업체인 툴젠(199800)은 부장, 연구원 등 연봉 4,000만~6,000만원대 직원들이 9억원에 육박하는 스톡옵션으로 돈방석에 올랐다.
스톡옵션은 사전에 정한 가격에 회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다. 회사가 사업에 성공하고 상장 후 주가가 오르면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 있다. 우수 인재 영입 등의 수단으로 제공되는데, 정부는 지난 6일 스톡옵션 행사이익 중 연간 2,000만원까지였던 소득세 부과 혜택을 3,000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까지 더해지며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상장사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주총에서 34곳, 지난해 52곳의 상장사가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결의했고 올해는 그 수가 100여곳에 육박할 전망이다. NAVER(035420)(네이버)는 임직원 637명에게 83만7,000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직원 한명당 평균 1,000만원에 이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톡옵션을 통해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고 업무능력을 향상시켜 회사 성과로 이어진다면 회사와 직원 모두 윈윈할 수 있다”면서도 “지나친 스톡옵션 부여는 향후 매물 출하에 따른 주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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