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토종 백신으로 세계 보건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세도 무섭다.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세계 두 번째로 대상포진 백신을 개발하는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의 국내 유치를 계기로 개발도상국 및 국제기구 등으로 수출도 활발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CJ헬스케어 등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업체들이 백신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서울에 본부를 둔 국제백신연구소와의 공조도 활발하다. 이를 바탕으로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에 국산 백신을 공급하며 인지도와 수익 둘 다 잡고 있다.
전통의 백신 명가인 GC녹십자는 국산 결핵백신의 임상 3상에 돌입했다. 결핵백신은 그동안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백신임에도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지금까지 전량 수입해왔다. GC녹십자는 아울러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미국에 현지법인 ‘큐레보’를 설립하고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았으며 현지 임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7년 세계에서 두번째로 대상포진 ‘스카이조스터’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발매 첫해에만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해 3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1위인 MSD의 ‘조스타박스’를 바짝 쫓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스카이조스터’의 허가 절차를 밟고 있고, 미국·중국·유럽 수출을 위한 전략으로 글로벌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발도상국용 장티푸스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 동남아 등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1년쯤 상용화될 전망이다.
LG화학 역시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총 3,340만달러(약 37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간염, 뇌수막염, 소아마비 등 영유아에 치명적인 질병 6개를 동시 예방할 수 있는 6가 혼합백신의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위해 1,950만달러(약 220억원)을 지원받아 현재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지원금을 임상시험과 백신생산설비 확장에 투입해 2023년 이후 유니세프 등에 백신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CJ헬스케어 역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수족구병 예방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 상용화된 예방백신이 없는 만큼 상업성은 충분하다. CJ헬스케어는 한발 더 나아가 세계 최초 2가 수족구병 예방백신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2022년 임상 1상 완료가 목표다.
한편 국내 업체들이 백신을 가장 많이 수출 한 곳은 특정 국가가 아닌 국제기구였다. 2017년 기준으로 1,940억원어치의 백신을 수출했는데, 이 중 범미보건기구(PAHO)와 유니세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뒤를 인도네시아, 베트남,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백신연구소의 국내 유치 덕분에 해외 시장에서 보다 쉽게 우리 백신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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