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부터 보란 듯이 흑자 기조를 유지해온 경상수지가 4월에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표선수인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시장이 흔들리면서 전체 수출전선에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4월 ‘외국인 배당시즌’이 겹치면 해외 자본유출이 발등의 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깊다. 경상수지에 빨간 불이 켜지면 △대외신인도 하락 △외국인 자본유출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 △수입물가 상승 △해외자금 조달 난항 등 이른바 ‘다중위기’가 엄습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리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주요 거시지표인 투자와 고용·소비가 고꾸라지면 금융 부문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우리 경제는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등으로 고용위축, 소상공인 위기, 설비투자 축소, 수출 감소 등 여러 위기가 복합적으로 닥쳐오는 상황”이라며 “특히 수출감소로 경상수지 적자가 현실화되면 대외신인도까지 악화하는 다중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경제연구원장도 “자영업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이 금융 부문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실물과 금융위기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71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8.2%나 줄었다. 지난해 12월(-1.7%)과 올해 1월(-6.2%), 2월(-11.4%)에 이어 내리 4개월째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16.6%, 대중 수출은 15.5% 감소했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품목 중 가장 큰 20.9%의 비중을 차지한다. 반도체 외에 선박을 뺀 12개 주력품목의 수출도 일제히 줄었다. 무역수지는 52억2,200만달러로 지난해의 64억1,200만달러보다 12억달러가량 흑자폭이 줄었다. 경상수지를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출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달 외국인 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국내 기업의 배당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4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7년3개월 만에 흑자 행진이 깨지는 것이다. /세종=한재영·강광우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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