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인보사는 지난 2017년 11월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환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시술비만 1회당 600만원 안팎에 달하는 고가 의약품임에도 최근까지 누적 투약이 3,400건을 넘어섰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당시 “15년이라는 시간 끝에 얻은 ‘인보사’는 저의 네 번째 자식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임상 3상 중 성분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보사는 당분간 체면을 구겨야 하는 신세가 됐다.
K바이오의 시련은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논란을 시작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동아에스티와 한미약품은 앞서 글로벌 제약사와 체결한 신약의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되는 시련을 맞았고 올해에도 메디포스트(078160)와 차바이오텍(085660) 등 일부 바이오 벤처기업의 관리종목 지정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K바이오를 둘러싼 악재가 잇따르면서 거품론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역시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미래 성장성만 내다봐서는 경쟁력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에서다. 바이오를 신규 사업에 추가하는 것만으로 일부 기업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K바이오의 거품론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하지만 연이은 K바이오의 악재에 대해 오히려 글로벌 진출을 앞당기고 내실을 다지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이미 K바이오의 현주소를 보더라도 내수 시장과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에 주력했던 과거와는 확연하게 위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란을 빚은 인보사 역시 국산 신약의 글로벌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K바이오의 활약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됐다.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 잡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는 유럽에서 사상 최초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점유율을 넘어서는 쾌거를 거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 중 최대인 연간 36만ℓ 규모의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이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을 주도하는 화이자·존슨앤드존슨·로슈 등 대형 제약사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중견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의 성과도 눈부시다. 대웅제약은 올해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의 허가를 받아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JW생명과학은 업계 최초로 유럽 시장에 3세대 수액 ‘피노멜’을 승인받았고 메디톡스(086900) 역시 업계 최초로 국산 보툴리눔톡신의 중국 진출을 예고하고 나섰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와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제제 또한 올해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올해가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국내 기업이 잇따라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결국 글로벌 시장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긴 안목과 호흡으로 K바이오의 경쟁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첨단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유전자 치료제의 성분에 대한 규정은 식약처는 물론 FDA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보사의 핵심 성분이 코오롱이 당초 제출했던 성분과 다르다는 사실도 검사를 위탁한 외부기관의 분석으로 추후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은 다른 산업보다 위험성과 수익성의 간극이 훨씬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국산 신약의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에 나타나는 악재는 K바이오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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