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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회계법인, 신외감법 도입 취지 살려야

증권부 양사록 기자





“회계법인의 태도가 완전히 변했습니다. 예전에는 비적정 의견을 내리는 데 조심스러웠고 내리더라도 미리 언질을 줬는데, 이제는 달랑 전화 한통으로 비적정 의견을 통보하네요.” (코스닥상장사 A사 IR 본부장)

지난 1일로 2018년도 사업보고서 제출이 마감됐다. 지난해 11월 신외감법이 도입되며 진작 예고됐던 일인데도 상장사들은 ‘감사대란’을 피하지 못했다. 유가증권시장 5곳, 코스닥 28곳이 감사 비적정 의견을 받았고 감사의견을 담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곳도 7곳이 됐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는 기업의 경영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감사 ‘한정’ 의견에 따라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그룹 오너가 물러난 아시아나항공 사태를 목격한 기업인들은 “외부감사인과 신용평가사의 눈치를 이중으로 보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회계법인들은 신이 났다. 한 대형회계법인의 회계사는 “요새는 1~2년 차 막내 회계사가 감사대상 기업에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으면 적정 의견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표준감사시간 도입으로 감사기업으로부터 받는 보수가 최대 2배로 뛰며 회계사들의 평균연봉도 선제적으로 20~30%씩 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의 부담은 커지고 회계법인의 발언권과 살림살이만 나아진 지금까지의 상황이 ‘이해관계인을 보호하고 기업의 건전한 경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신외감법의 도입 취지를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다.

답은 회계법인의 보수 수준에 걸맞은 적극적인 회계다. 최근 만난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외감법은 감사를 공정하고 엄격하게 하라는 것이지, 책임지기 부담스러우면 비적정 의견을 내라는 게 아니다”라며 “회계법인이 법 도입 취지에 맞게 행동해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회계법인들이 환경변화에 따라 제 밥그릇 키우기에 몰두하기보다는 감사기업의 투명한 회계를 유도함으로써 신외감법 도입의 취지를 살리는 데 발맞춰야 할 때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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