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협력업체들이 점점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 노조를 본 르노 본사는 부산공장에서 유럽으로 수입하려던 물량을 현지 생산으로 돌리는 방안도 유력하게 논의하는 중이라 르노삼성과 협력업체,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올해 1·4분기 수출이 2만 2,57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2% 급락했다. 르노삼성의 수출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수출이 47.2% 줄어든 것 때문이다. 내수 판매도 1·4분기 14.9% 감소한 1만 6,637에 그쳤다.
문제는 수출과 내수 판매가 회복할 마땅한 방안이 현재로선 없다는 점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신규인원 채용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접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후 총 52차례 210시간을 파업해 생산 차질 대수다 1만 2,000여대, 누적 손실액이 2,350억원까지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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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이 결렬된 탓에 르노 본사는 매출원가를 산정하지 못해 후속 물량 배정을 못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닛산 로그는 올해 9월 위탁 생산이 종료되는데 후속 차의 물량은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파업으로 감소할 생산 물량을 채우기 위해 내년 국내 생산할 신차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인건비가 더 높아지면 르노 본사는 XM3 수출 물량을 배정하지 않고 스페인 등 현지 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협력업체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이날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의 르노삼성차 협력업체 30여 곳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부산공장의 부분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은 15%에서 많게는 40%에 가까운 납품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했고 생산량 감소로 잔업과 특근, 교대근무가 사라지면서 고용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스팬션을 납품하고 있는 업체는 “생산 감소로 작업시간이 줄면서 현장 근로자들의 급여가 20% 이상 줄어들어 퇴사하는 직원도 발생할 만큼 생산 현장의 동요가 심하다”며 “다른 업체는 근무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단축할 수밖에 없어 근로자들이 통상임금의 40%에 해당하는 잔업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닛산에서 올해 로그 생산물량 8만 대마저도 20% 줄이겠다고 통보한 만큼 납품비중이 높은 협력업체일수록 불안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차체 프레스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업체는 “상황이 더 악화하면 공장을 정리하려고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르노삼성차는 부산 매출 1위 기업이고 수출도 20% 이상 차지할 정도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업”이라며 “분규사태 장기화로 협력업체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에 미치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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