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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벤처펀드 4조 CB 물량 '암초'

IPO 훈풍타고 출범 1년만에 손실폭 회복했지만

CB·BW 등 메자닌 투자 담은 '당근책' 복병으로

주가 상승따라 대거 전환청구땐 '매물폭탄' 우려





오는 5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암흑기를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누적 수익률 -20%대까지 폭락하며 시장에서 외면받기도 했지만 올 들어 코스닥 반등과 함께 뜨거워진 기업공개(IPO) 시장 덕에 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한 모습이다. 다만 코스닥벤처펀드 영향으로 급증했던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청구 개시일이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만큼 차익실현에 나서는 ‘매물 폭탄’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12개 코스닥벤처펀드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9.68%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일 기준 3개월간 손실이 -15.76%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회복한 셈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및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만든 상품이다. 코스닥 공모주의 30%를 우선 배정해주고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주식과 무담보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해야 한다. 또 자산의 15%는 CB와 BW를 포함한 벤처기업 신규 발행주식을 담아야 한다. 대신 개인이 3년 이상 펀드를 유지하면 최대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본다.

이런 당근책 덕에 출시 열흘 만에 1조원, 한 달 만에 2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 하반기 주가급락과 함께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일부 공모형 상품의 경우 누적 수익률이 -20%대를 넘어서는 등 손실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설정액은 지난 6개월간 891억원, 지난 한 달간 425억원이 유출되며 현재는 6,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남아 있다.





수익률은 최근 들어 대부분 만회했지만 코스닥벤처펀드가 양산한 메자닌은 코스닥 시장의 복병으로 꼽힌다. 발행된 CB나 BW가 차익실현을 위해 대거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매물 폭탄으로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벤처펀드의 가장 큰 부작용은 벤처기업의 구주 투자보다는 신주 투자, 특히 상장 주식보다 발행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며 “벤처기업으로 지정됐거나 벤처기업 지정 해제 후 7년 이내의 코스닥 상장기업 신주·구주 투자 비중을 채우기 위해 해당 기업을 대상으로 한 메자닌 채권의 직접 발행이 크게 늘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1년간 발행된 CB 규모는 4조원에 달한다. 총 323건의 CB 중 211건은 표면금리 0%로 발행됐을 정도로 채무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BW도 총 19건, 8,700억원이 발행됐다. 올 1·4분기에도 총 62건으로 6,800억원의 CB가 발행된 상황이다. 메자닌은 분명 매력적인 투자처지만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누리플랜·에이치엘비생명과학·RFHIC·에이스테크·네패스신소재·자이글·에스티큐브·인텔리안테크 등은 전환가 대비 현재가가 30% 이상 높아 전환청구 물량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 연구원은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전환청구 개시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 주가 대비 CB 전환 가격이 매력적인 기업들을 필두로 본격적인 전환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빌보드 100위권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상어가족’의 캐릭터 상품 판매사인 토박스코리아도 지난 1월 CB와 BW 일부를 보통주로 전환한다는 공시 직후 급락해 2,0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1,37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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