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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요란했던 인터넷은행 2년] 中, 대출심사 위해 SNS까지 보는데…韓은 빅데이터 꿈도 못꿔

빅데이터 규제에 중금리 대출 등 새 금융서비스 도입 못해

수수료 수익 전체 90% 차지하는데 금융당국 개입도 심해

내년부터 시중銀과 동일한 잣대…자본건전성 문제도 부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지난 1월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서울경제DB




신한금융그룹 등 여러 금융기관은 지난해 말 정부에서 제3 인터넷은행의 인가를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수차례 물밑으로 접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터넷은행을 낙점하며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실어주자 당정도 네이버의 참여를 기대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금융업 진출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자본력이나 업계 위상을 감안할 때 대주주 후보로는 네이버가 가장 유력했다”면서 “네이버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한데다 규제도 강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전망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해외 계열사 라인은 대만·일본·동남아시아 등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정보기술(IT) 공룡 네이버의 국내 인터넷은행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 규제는 무엇일까.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혁신을 발목 잡는 규제는 빅데이터 관련 규제부터 자본건전성 규제까지 다양하다. 우선 빅데이터 규제 완화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인터넷은행 ‘마이뱅크’와 ‘위뱅크’는 고객의 통신·온라인 쇼핑 이력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까지 분석해 상환 능력을 심사하고 다양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제공한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은행은 빅데이터 규제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KT가 주요 주주로 있는 케이뱅크가 고객의 대출금리나 한도를 산정할 때 통신비 연체 이력이나 납부 기록 등을 반영하는 정도다. 인터넷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등 빅데이터 관련 법이 개정되면 고객의 동의하에 다양한 정보를 참고해 대출금리를 깎아주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국회에서 관련 법 통과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금융산업에 대한 수수료 규제가 인터넷은행에 특히 가혹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비이자수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의 가격 개입이 심해 어렵다는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의 몬조뱅크는 선불카드나 각종 금융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이 전체 수입 가운데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수수료와 같은 대표적인 비이자수익에 대한 암묵적인 가격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은 자본건전성 문제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 인터넷은행도 설립 3년 차까지 바젤Ⅲ 적용이 미뤄질 예정이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올해까지만 바젤Ⅲ 자본규제가 유예된다. 그동안 두 은행은 2017년 출범하면서 경영이 안정화될 때까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은 바젤Ⅰ 규제를 적용받았다. 바젤Ⅰ 규제에서는 위험가중자산에 따른 자기자본비율만 8% 이상으로 관리하면 되지만 바젤Ⅲ 규제에서는 보통주자본비율·기본자본비율·총자본비율 등으로 세분화한 자본비율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번 자본확충에 난항을 겪은 인터넷은행이 내년 당장 시중은행과 동일한 건전성 규제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실제 케이뱅크는 지난해 소수 주주들의 이탈로 2차 유상증자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아울러 위험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금리 대출을 늘려야 하는 인터넷은행의 입장에서는 건전성 규제가 넘어야 할 큰 장벽인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되면서 자본확충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지만 아직 난관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KT는 지난달 말 금융당국에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는다는 이유로 심사가 중단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관련 법에서는 산업자본이 법령을 초과해 은행 지분을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며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또한 계열사인 카카오M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통과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ICT 기업이나 금융기관 외 사업자도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본에서는 유통기업 세븐일레븐이 설립한 세븐뱅크가 편의점 채널을 활용해 다양한 금융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라쿠텐도 인터넷은행을 통해 금융사업을 대폭 키우고 있다. 이 위원은 “해외에서는 인터넷은행 설립 주체가 IT나 은행 외 유통, 자동차 업종 등 다양하다”면서 “국내 인터넷은행이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려면 보다 다양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종 규제로 사업이 막혀 있어 일부에서는 인터넷은행의 앞날이 비관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케이뱅크는 2017년 838억원, 지난해 79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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