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8개월 된 2017년 9월의 일이다.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백악관의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한쪽 짜리 서한 초안을 보고 질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는 코러스(KORUS)로 불리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종료시키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콘은 미국이 이 무역 협정을 폐기하는 것은 한미 관계 전체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이 국가 안보를 위해 수집하는 정보자산까지 잃게 될 것이라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 그는 서한을 치워버렸다. 트럼프가 서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밥 우드워드의 ‘공포’는 이 일화로 서문을 연다. 우드워드는 지난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미국을 발칵 뒤집은 전설적인 저널리스트이다. 저자는 특유의 날카로운 펜 끝을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과 각종 외교 현안들에 들이댔다. 지난해 9월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되자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한 이유다. 이토록 신속하게 한국어판이 나온 까닭은 한반도의 안보·경제와 직결된 주요 외교 쟁점들에 대한 트럼프의 속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관세 문제로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게 된 배경도 상세히 다룬다.
책은 곳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단아적이고 즉흥적인 성향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저자의 결론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행정부의 신경망이 무너진 것”이다. 그 자체로 공포다. 2만2,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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