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산 원유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며 미국 원유 채굴 업체 사이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순수입량 기준으로는 한국이 캐나다를 제치고 사실상 1위 자리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미국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1억3,800만배럴을 수입한 캐나다이며 한국이 8,615만배럴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이 8,332만배럴로 3위를 차지했으며 네덜란드(5,317만배럴), 인도(4,822만배럴), 이탈리아(4,598만배럴), 대만(4,467만배럴) 순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을 전년 대비 4배가량 늘렸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 미국의 원유 수출량 7억3,140만배럴 중 11.8%를 차지했다.
한국이 미국산 원유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배경으로는 셰일오일 채굴 등으로 미국산 원유 가격이 저렴해진 것 외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려는 산업계의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4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2.1달러를 기록해 중동산두바이유 대비 배럴당 6달러가량 저렴하다. 정부 또한 미국산 원유 수입을 장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전년 대비 41억달러 감소한 138억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이 미국산 원유 도입량을 급격히 줄인 것도 한국의 순위를 끌어올린 배경이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중국은 매달 1,000만배럴가량의 미국산 원유를 수입했지만 무역분쟁이 격화된 지난해 8월부터 석 달간은 아예 수입을 중단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산 원유 순수입국 기준으로는 한국이 1위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캐나다는 지난해 미국에서 수입한 원유량의 10배가량인 13억4,835만배럴 상당의 원유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점도가 높은 캐나다산 원유를 희석시키기 위해 초경질유인 미국산 원유를 일부 수입해 다시 미국에 재판매하는 구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도 테스트용으로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는 등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율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무엇보다 해운업계의 경쟁으로 미국산 원유의 운임 비용이 지난해 말부터 배럴당 1달러가량 하락하는 등 미국산 원유의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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