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유상증자에 차질을 빚었던 케이뱅크가 이번에는 대주주인 KT에 대한 당국의 적격성 심사가 사실상 보류되면서 이달 말 예정됐던 증자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는 주요 대출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등 영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케이뱅크는 당초 이달 25일로 예정됐던 5,91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오는 5월30일로 연기를 결정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일정을 고려할 때 이달 안에 유상증자 일정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며 “지난 1월 이사회가 유상증자 결정을 할 때 당국 심사 일정을 고려해 6월28일까지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최대주주인 KT의 적격성 심사가 통과되면 유상증자를 거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확대 등에 나설 방침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 심사 과정에서 KT가 공정위로부터 담합 혐의와 관련해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심사를 중단한 상태다. 굳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들지 않아도 최근 황창규 KT 회장이 불법 정치 자금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융당국이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예정했던 유상증자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케이뱅크는 이날 대표적인 대출상품인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증자가 차질을 빚으면서 자본금이 바닥나 대출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케이뱅크가 각종 이슈로 증자에 차질을 빚으면서 경쟁 상대인 카카오뱅크와의 경쟁력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4,755억원으로 1조3,000억원인 카카오뱅크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고객 수는 10배, 총 여·수신 규모도 7~8배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케이뱅크가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으면서도 후발주자에 한참 밀려난 것이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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