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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넘어간 르노삼성 물량] 닛산 "파업공장에 물량 줄 여유없다"

수출물량도 스페인 배정 전망

이마저 미확보땐 생산량 반토막

고용장관, 중재에도 결론 못내





닛산이 부산공장에 생산을 위탁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주문 물량을 취소한 내막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닛산이 로그 4만2,000대의 생산을 취소하자 노동조합 일각에서는 “미국 시장 부진에 회사가 엄살을 떨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시장의 로그 판매량이 회복하면 자연스럽게 부산공장의 생산 주문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미국 시장 수요가 늘어도 닛산은 르노삼성에 생산물량을 나눠줄 계획이 없다. 인건비가 20% 싼 자국의 규슈 공장이 있는데다 르노와도 삐거덕거리는 상황에서 부산에 생산물량을 줄 이유가 없다. 실제로 르노삼성 등에 따르면 취소된 4만2,000대 가운데 미국 시장 수요 감소로 인한 물량은 1만8,000대에 불과했다. 남은 2만4,000대는 규슈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닛산은 로그와 후속 물량을 규슈공장으로 옮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적어도 위탁 계약이 종료되는 오는 9월까지는 부산에서 생산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회사 측은 물론 노조도 믿고 있었다. 하지만 노조의 50회가 넘는 부분 파업으로 생산일정이 차질을 빚으며 올해 4,600대의 물량이 닛산에 납품되지 못하자 닛산은 얼굴을 바꿨다. 글로벌 판매계획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르노삼성을 감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체 주문량의 25%에 달하는 2만4,000대를 일본으로 옮겨버렸다. 2014년 로그 물량을 부산공장에 뺏겼던 규슈공장은 생산성효율지수(DSTR)가 약 1.90으로 부산공장(1.99)과 차이는 없고 인건비는 20%가량 낮다. DSTR은 1에 가까울수록 효율이 높고 2 미만은 최상위권으로 분류된다. 물량이 일본으로 가면서 이제 미국 시장에서 로그의 판매량이 회복된다 해도 부산공장의 주문량이 늘어날 일은 사라졌다. 닛산 로그의 주문량이 4만2,000대 감소하면서 올해 르노삼성의 수출 대수(약 13만7,000대)는 10만대가 붕괴될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 본사도 부산공장에 배정할 유럽 수출 물량을 전 세계 생산성 1위 공장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전 세계 생산성 1위에 평균임금은 부산공장(연 7,800만원)의 60~70% 수준이다. 이달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프랑스 본사에 “스페인으로 후속 수출 물량을 돌리는 것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닛산 내부에서는 “파업이 계속되는 공장에 물량을 줄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 나온다.



후속 물량마저 못 따내면 르노삼성차는 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내수 시장과 일부 중동 지역 수출만으로는 지난해(약 23만대)의 절반 이하인 연 10만대 수준의 생산에 그쳐서다. 이론적으로 현재 부산공장 인력 2,300여명 중에 절반이 나가거나 근로시간을 50% 줄여야 한다. 물량 감소로 약 300여곳에 달하는 협력사가 벼랑 끝으로 내몰려 대량 실직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일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날 부산으로 내려가 노사 양측을 만나 의견을 들었지만 극적인 상황 변화는 전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경영권 분쟁으로 큰 변화를 겪은 르노와 닛산의 분위기를 노조가 잘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카를로스 곤 회장의 실각 이후 닛산이 독자 생산 체제를 강화하고 있고 새로 그룹을 이끄는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그룹 회장은 성과를 보이기 위해 재무지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과가 좋아야 그룹 장악력이 세진다”며 “생산성이 비슷하다면 인건비가 더 싼 스페인으로 물량을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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